치명적인 병 앞에서도 이토록 의연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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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내가 그런 죽음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새섬 그믐 대표는 2025년 4월, 평균 생존 기간 13개월인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40대에 느닷없이 찾아온 치명적인 병이었다.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남편 장강명 작가와 팟캐스트를 시작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 팟캐스트를 들은 스위스 취리히의 김진경 작가가 인터뷰를 제안했고, 두 사람의 대화는 몇달에 걸쳐 이어졌다. ‘난파선의 선장들’은 서울과 취리히를 오간 이 대화의 기록이다. 거기에는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저항하는 용기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수용하는 지혜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죽음을 직접 논하기보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부터 노자의 ‘도덕경’까지 사랑한 책들을 징검다리 삼아 대화를 이어갔다. 김새섬은 ‘도덕경’의 ‘하늘과 땅은 너그럽지 않아 만물을 지푸라기 인형처럼 여긴다’ 구절을 떠올리며, 자기 연민 대신 ‘지푸라기 같은 이 삶을 어떤 일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잡았다. 그는 묻는다. “자동차 사고, 비행기 사고, 희귀병, 전쟁, 내란, 이런 게 왜 우리를 쏙 피해가야 할까요? 내가 뭐길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그 일관성 앞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진다. 둘의 통화가 길어지던 어느 날, 김진경은 문득 깨닫는다. 자신 역시 김새섬과 다르지 않은, 언젠가는 난파할 인생이라는 배 위의 선장이라는 것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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