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신 중지’ 문의 늘어나는데…정부 상담 창구 정보 제공은 ‘미흡’

광고
정부가 운영하는 위기임산부 상담 창구에 ‘임신중지’를 문의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의료기관이나 비용 안내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입법과 무관하게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상담체계를 비롯한 임신중지 보건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0일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위기임산부 상담전화 1308’(1308)의 상담 현황을 보면 1308이 운영을 시작한 2024년 7월19일부터 지난 7월31일까지 진행된 전체 상담 3만4906건 중 ‘임신중지’(인공임신중절상담) 상담 건수는 총 1344건(중복 포함)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2024년 하반기(7∼12월) 전체 상담 6398건 중 임신중지 상담은 202건(약 3.2%)이었다. 2025년에는 전체 1만4388건 중 임신중지 상담이 589건(약 4.1%)이었고, 2026년은 7월까지의 상담 1만4120건 중 임신중지 상담이 553건(약 3.9%)을 차지해 하반기 상담까지 합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임신중지 관련 상담 건수와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1308은 임신중지 상담 내담자들에게 안전한 임신중지의 방법이나 관련 의료기관 정보 등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임신중지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등 전반적인 의료상황을 점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308의 주요 목적은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지원하고 아동의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함에 있으며, 지역 상담기관은 위기임산부가 인공임신중절 상담요청 시 러브플랜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광고
다만 복지부의 지원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 중인 성·임신 종합 정보 누리집 ‘러브플랜’에서도 임신중지 방법에 대한 안내는 받을 수 없다. 러브플랜에 들어온 임신중지 상담 건수는 2021년 128건, 2022년 323건, 2023년 325건, 2024년 153건, 2025년 293건, 2026년 6월까지 3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중지 상담 내용으로는 수술이 가능한 임신주수, 임신중지의 합법 여부, 보험급여 적용 여부, 수술 가능한 의료기관 문의, 임신중지 약물 사용 문의 등이 있었다. 다만 러브플랜의 상담매뉴얼에는 임신중지의 방법 및 시기, 안전성, 통증, 후유증에 대한 안내 방법만 담겨 있다. 임신중지 상담 프로토콜에는 ‘의료기관 및 수술 비용 안내 불가’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결국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지를 위한 공적 의료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상담 창구는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임신중지 진료는 진료가 가능한 병원도, 가격도 깜깜이라 개인이 전화를 돌려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2020년 형법에서 ‘낙태’ 처벌 조항을 삭제한 뉴질랜드의 경우 보건부가 운영하는 임신중지 정보 누리집에 접속하면 거주 지역과 임신 주수를 입력할 경우 가까운 임신중지 서비스 제공 의료기관, 주수별 시술 방법, 가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광고
광고
최근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한 만큼, 임신중지 관련 상담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형법이 새로 개정되지 않는 이상 임신중지는 처벌받을 수 없다. 이걸 전제로 대체 입법 없이도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임신중지 시술과 유산유도제 복용을 어떤 병원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정부가 파악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간에도 연계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임신을 유지할 경우와 중지할 경우로 나눠 각각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상담 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