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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1, 2026

전쟁에 잃은 집·일상 되찾도록…한국·UNHCR, 난민 자립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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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현

'세계 평화의 날' 45주년…요르단 주거 개선부터 폴란드 취업 도움까지

이미지 확대 요르단 임시 거주시설 '카라반'서 거주하는 난민들

요르단 임시 거주시설 '카라반'서 거주하는 난민들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요르단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모아스 씨에게 새로 지원받은 임시 거주시설 '카라반'은 아픈 아이들을 지킬 보금자리다.

혹독한 사막 기후 속에서 10년 가까이 노후화한 임시 거처를 대신할 집을 얻은 그는 "이 카라반이 없었다면 아픈 아이들의 건강은 더 악화했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에게는 안전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21일 '세계 평화의 날' 제정 45주년을 맞아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 정부와 함께 펼치는 난민 보호 사업이 주목받는다.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고, 학교와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우며 분쟁으로 무너진 일상을 되찾는 사업들이다.

UNHCR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강제실향민은 1억1천780만명에 달한다. 전쟁과 박해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이들에게는 당장의 생존 지원과 함께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기반이 필요하다.

이미지 확대 요르단 임시 거주시설 '카라반'서 거주하는 난민들

요르단 임시 거주시설 '카라반'서 거주하는 난민들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 UNHCR의 협력도 인도적 지원과 개발, 평화를 연계하는 'HDP 넥서스'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거·의료 등 시급한 필요를 채우면서 교육과 일자리, 지역사회 공존으로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각국이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 긴급 지원을 받은 이들이 다시 생계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모아스 씨 가족에 대한 지원도 이러한 협력의 일환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UNHCR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660만 달러(약 92억원)를 투입해 요르단 자타리·아즈락 난민촌 거주자 9천여명을 대상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같은 기간 660만 달러 규모로 난민 16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보호 활동을 펼친다. 지역사회개발센터를 중심으로 법률 상담과 심리·사회적 지원, 직업훈련 등을 제공한다.

이미지 확대 UNHCR, 방글라데시서 로힝야 난민 포용·지원 사업

UNHCR, 방글라데시서 로힝야 난민 포용·지원 사업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글라데시에서는 장애 등으로 도움이 더 필요한 로힝야 난민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콕스바자르의 21번 캠프에 사는 아동 모하메드 소아이브(6)는 발달 지연과 학습 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전문 심리·사회적 지원과 맞춤형 놀이 치료를 받은 뒤 또래와 어울리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부모가 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500만 달러(약 7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로힝야 난민 포용·지원 사업의 사례다. 지원 대상은 12만7천772명으로, 취약 난민을 조기에 찾아 재활 치료와 보조기기를 제공하고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시설을 조성한다.

요리용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보급도 사업의 한 축이다. 땔감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여성과 아동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줄이고 주변 산림 훼손도 막으려는 취지다.

이미지 확대 UNHCR, 에티오피아 내 분쟁·기후위기 영향받는 청소년 적응 회복력 강화 사업

UNHCR, 에티오피아 내 분쟁·기후위기 영향받는 청소년 적응 회복력 강화 사업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티오피아에서는 분쟁과 기후 재난을 겪는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재건하는 데 참여하도록 돕는다.

코이카 지원으로 UNHCR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추진하는 사업이다. 난민과 지역사회 청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젠더기반폭력(GBV) 예방과 법률 지원, 재난위험경감(DRR) 역량 강화 등을 진행한다.

또 청년 자원봉사 위원회를 운영해 공공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는 활동에도 청년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현장에서 사업을 조율하는 임완주 UNHCR 선임보호담당관은 "반복되는 분쟁과 혹독한 기후 재난 속에서 청년들은 일반적인 구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울 가장 강력한 변화의 주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콜롬비아 내 베네수엘라 난민·이주민 보호 등 사업하는 UNHCR

콜롬비아 내 베네수엘라 난민·이주민 보호 등 사업하는 UNHCR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콜롬비아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원한 150만 달러(약 21억원)를 바탕으로 지난해 베네수엘라 난민·이주민 등 6만5천여명에게 보호와 긴급 지원을 제공했다.

현장 센터 21곳과 이동형 센터 4곳, 챗봇 등을 통해 5만9천여명에게 임시 보호 지위 신청을 돕고, 법률·의료·교육 서비스를 연계했다. 위험 지역의 취약계층 4천여명에게는 현금을 지원해 당장의 생계 부담을 덜었다.

아동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놀이를 활용한 평화 교육과 청소년 단체 활동 지원도 진행했다. 불법 무장단체의 강제 징집과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지 확대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으로 폴란드에 정착한 타티아나 씨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으로 폴란드에 정착한 타티아나 씨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에서는 약 10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난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정착한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돕고 있다.

한국 정부의 1천500만 달러(약 209억원) 기여를 바탕으로 법적 지위와 사회적 보호망을 지원하고 직업훈련·구직·창업 지원을 연계한다. 현지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취지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출신으로 폴란드 비아위스토크에 정착한 타티아나 씨는 이러한 변화의 한 사례다.

축산학 박사이자 대학교수였던 그는 한국의 지원을 받는 카리타스 난민 지원센터에서 폴란드어를 배우고 시간제 보육 도우미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3년째 센터 접수처에서 다른 난민들의 행정 절차와 서류 작성을 돕는다.

어린 시절 배운 태권도 특기를 살려 난민 아동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봉사도 하며 다른 난민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타티아나 씨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동기 부여와 역량 개발이 절실하다"며 "센터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자립하고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이끄는 연대의 장"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김새려 UNHCR 한국대표부 대표

김새려 UNHCR 한국대표부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UNHCR 한국대표부는 "전쟁의 상흔을 딛고 원조받는 나라에서 주요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은 난민의 자립과 지역사회 공존을 지원하는 데 힘이 되고 있다"며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강제실향민 보호를 위한 연대의 의미를 새긴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1일 08시5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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