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국민 사이…‘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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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포함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언급하면서 이 사안이 한-미 동맹과 국내 정치에 미칠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침략전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압박 속에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호르무즈 파병을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을 거론하며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그들이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했다. 기억해 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일(한국시각)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천궁-Ⅱ 방공미사일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한 칼럼을 올렸다. 같은 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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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서 합의한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우라늄 농축, 사용후 연료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협의 등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쿠팡 문제를 비롯해 악재들이 더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면서 ‘한국 패싱’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안보 관련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자는 “현재 한-미 관계에서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의 전력을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에도 기여하게 하는 방안 등 ‘우회적인 파병’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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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를 하는 청해부대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해협과 멀지 않은 오만 공해로 확대하거나, 해군 해상 초계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등 비전투 자산을 투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자는 “대미 투자도 합리적인 내용을 찾아 신속하게 발표하고, 호르무즈 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안전한 ‘기여’ 방안을 찾고, 북-미 회담 과정에도 우리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국가안보실(NSC)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정부가 큰 부담을 안고 파병만 하면서도 정작 성과를 내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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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이라크 파병처럼 지지층의 극심한 반발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시민사회에선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논평을 내어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그 어떠한 형태로도 파병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 날 논평에서 “중동의 군사적 대결에 참여하면서 한반도에서는 대화와 긴장 완화를 요구한다면 우리 평화정책의 일관성과 설득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저서인 ‘문재인의 운명’에서 “진보진영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첫번째 계기가 이라크 파병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여당 안에서도 파병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기헌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미국이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기약 없는 전쟁에 우리 국민과 군을 내몰 수는 없다”고 썼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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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이라크 파병 때도 국내 반발이 심했는데 이란 전쟁은 그때보다도 더 명분이 약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 당시 국익 측면에서 이라크와의 관계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란은 앞으로도 호르무즈해협 통행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선박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때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계열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각) 이란의 한 안보·정치 부문 고위 관리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한다면 미국·이스라엘의 ‘침략’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시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에 우려를 나타내자 “정해진 게 없다”며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파병 문제를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불발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6월에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나온 뒤에 우리가 호르무즈 상황 안정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준비도 좀 더 진전되었다”면서도 “파병이 결정됐다거나 비준동의안 제출이 임박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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