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에 멕시코 자동차 수출 12% 급감…기아는 미국 의존 낮춰 선방
차량과 컨테이너들이 라자로 카르데냐스 항구 앞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관세 여파로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수출 감소를 겪는 가운데 기아는 오히려 수출을 늘렸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을 넓혀온 전략이 관세 충격을 덜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멕시코 통계청(INEGI) 자료를 인용해 9월 멕시코의 경량차 수출이 27만7369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생산은 30만1803대로 15.1% 줄어 2021년 1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의 관세정책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업체별로는 명암이 갈렸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닛산의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는 9월 생산과 수출이 모두 0대를 기록했다. 닛산과 함께 운영하던 합작공장이 지난 5월 문을 닫은 데 따른 것으로,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감소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면 기아와 BMW, 마쓰다는 수출이 늘어 감소분을 일부 메웠다. INEGI에 따르면 기아의 9월 수출은 2만783대로 지난해 같은 달(1만9205대)보다 8.2% 늘었다. BMW는 1만560대로 94.5%, 마쓰다는 8414대로 114.1% 늘어 증가폭은 기아보다 컸다. 하지만 기아는 한 달 반짝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1~9월 기아의 누적 수출은 17만77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었다. 같은 기간 생산도 23만2500대로 8.7% 증가했다. 멕시코 전체 생산이 2.4% 줄고 수출이 1.5%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기아가 버틴 배경으로는 수출 다변화가 꼽힌다. INEGI 자료를 인용한 현지 매체 멕시코비즈니스뉴스에 따르면 기아 멕시코 공장의 수출 가운데 미국 비중은 2024년 81%에서 지난해 65%로 16%포인트 낮아졌다. 그 대신 K4 해치백을 앞세워 독일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시장을 새로 열었다. 콜롬비아 수출은 2000대 미만에서 8750대로 늘었다. 지난해 기아 멕시코의 수출은 21만7440대로 5.4% 늘었다. 멕시코 전체 수출이 2.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멕시코 자동차산업 전체로 보면 미국 의존 구조는 여전하다. 올해 1~9월 수출의 76.4%가 미국으로 향했다.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AMIA)에 따르면 멕시코는 미국 경량차 시장의 16%를 차지하는 최대 해외 공급국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5% 줄었다.
미국은 멕시코산 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차량은 미국산 부품 가치를 뺀 나머지에만 관세가 붙는다. 멕시코 당국은 이에 따른 실질 관세 부담을 10~12% 수준으로 추산한다. USMCA 재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관세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불확실하다. 현지 증권사 Bx+는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 완성차업체의 투자 결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업계에선 기아의 선방을 관세 대응의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을 늘린 만큼 관세에 노출되는 물량을 줄였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실제 비용 절감 효과와 수익성 개선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행 차량의 관세 부담을 누가 떠안는지, 유럽·중남미 수출 확대가 물류비 등을 고려한 뒤에도 수익성을 높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USMCA 재검토 결과에 따라 관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출시장 다변화만으로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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