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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1, 2026

[단독] ‘민간인 학살’ 진화위 판단, 항소심서 인정됐다…법원 “유족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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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5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난 박영희·김도환 모자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지난 2월15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난 박영희·김도환 모자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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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피해 인정 결정에도 유족에 대해 국가배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해 논란이 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법무부가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는데, 그간 명확한 근거 없이 진실화해위 결정을 배척해 온 일부 법원 판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1일 법원과 유족을 통해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지난달 27일 광주지법 제2-3민사부(재판장 신한미 부장판사)는 전남 화순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 박영희(82)씨가 “어머니 조복주(당시 27), 삼촌 박기창(19), 동생 박철한(3)이 1950년 12월12일(음력 11월4일) 국군 11사단 20연대 3대대에 의해 총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원심을 취소하고 “국가는 박영희씨에게 1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상고 마감일인 18일까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이번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등)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국군 제11사단 제20연대 소속의 군인에 의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희생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피고 소속 군인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희생자들과 그 유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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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23일, 2기 진실화해위 조사관(왼쪽)이 전남 화순군 백아면(옛 북면) 수리마을에서 이 마을 주민 김아무개씨에게 1950년 12월 이 마을에서 벌어진 총살 사건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1937년생인 김씨는 1950년 12월12일 16명의 수리마을 주민이 국군에 의해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멀리 보이는 산이 백아산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2021년 10월23일, 2기 진실화해위 조사관(왼쪽)이 전남 화순군 백아면(옛 북면) 수리마을에서 이 마을 주민 김아무개씨에게 1950년 12월 이 마을에서 벌어진 총살 사건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1937년생인 김씨는 1950년 12월12일 16명의 수리마을 주민이 국군에 의해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멀리 보이는 산이 백아산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6월 진실규명대상자인 박씨의 어머니·삼촌·동생을 비롯한 화순지역 희생자 47명에 대해 “군과 경찰의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일 1심 재판부는 박씨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국가 조사기구의 진실규명 결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제적등본의 사망 날짜가 다르고, 불법적으로 고의로 살해당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고, 어머니가 국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박씨의 증언에 대해서도 “당사자이므로 객관적·중립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사건 당시 만 6살에 불과해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전남 영광군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 유족 박아무개씨(1927년생)의 국가배상소송 1·2심에서도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배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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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씨는 “1950년 12월12일 화순군 백아면(옛 북면) 수리 442-1 집에서 아침밥을 먹다가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피난을 가는 과정에서 국군이 총을 들고 막내를 업은 어머니 조복주를 벽에 세운 채 총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해왔다. 삼촌 박기창도 당시 국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어머니 등에 업혀있던 박철한은 불에 타 숨졌다고 했다. 이 사건을 포함해 1950년 10월부터 1951년 6월 기간 중 화순 지역에서 진행된 군·경의 수복 및 진압작전 과정에서 부역 혐의가 의심된다거나 입산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또는 군경의 총격을 피해 피난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대량으로 살해됐다는 게 진실화해위 조사결과였다.

박영희씨(왼쪽)의 1956년 모습. 맨 오른쪽은 언니 박정희, 가운데는 고종사촌 언니. 김도환 제공
박영희씨(왼쪽)의 1956년 모습. 맨 오른쪽은 언니 박정희, 가운데는 고종사촌 언니. 김도환 제공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1심 판결 내용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1심 재판부가 “사건 당시 목격자가 박영희씨 뿐이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한 데 대해서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대량으로 이뤄진 연행, 구금 및 살해 등에 따라 유족들조차 희생자들의 사망 여부나 사망 경위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사정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명백한 증거에 의하여 진실규명 신청대상자가 당시 희생된 사실을 엄격하게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같은 마을에 살았던 주민들이 희생 상황에 대해 관련자들의 이름과 희생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원고 역시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진술의 신빙성도 담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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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등본상 어머니 조복주씨 등의 사망일자가 실제 사망일과 다르고 동생 박철한의 출생·사망 기록이 전혀 없는 점을 문제삼은 데 대해서도 “1960년에 들어서 비로소 출생 및 사망신고를 의무화한 호적법이 제정된 점, 전쟁 혼란 속에서 제때 사망신고나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점,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에서 제적등본상 사망일과 실제 피해일이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점, 당시 영아사망률이 높아 출생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았던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이 인용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피고 국가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박영희씨는 한겨레에 “1심 법원이 제 증언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몰아 너무 서럽고 화가 났는데 2심 재판부가 바로잡아줘 너무 감사하다. 평생 마음 속을 짓눌러왔던 한이 이제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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