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물타려다 물리고, 영끌집은 경매로”…‘2030’ 덮친 빚투 후폭풍

자산을 늘리려 시작한 투자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빚투’로 번지고, 다시 더 높은 위험 상품에 손을 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과 투자 중독으로 이어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5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 청년의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전체 신청 수도 증가세로, 올해 상반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8만17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동기간(7만2192건)보다 9531건 늘었다.
청년층의 투자 실패가 빚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본전 심리’다. 처음에는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투자였지만, 손실이 커질수록 투자금을 줄이기보다 되레 대출을 받아 더 큰 금액을 베팅하는 식이다.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위험을 높이고 그 결과 손실이 커지면 다시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본전 심리로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가 1억6000만원의 빚을 떠안게 된 33세 A씨는 “대출 1억도 물타기를 위해 빌린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10%대 손실에 불과했는데 올해 6월 삼성전자 단일종목 ETF에 투자하고 손실이 30%로 늘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지난해부터 주식과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고 투자금을 잃을 때마다 ‘본전만 찾고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비대면 대출을 받아 다시 투자했지만, 손실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빚으로 손실을 메우는 사이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유일한 자산이었던 인천의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그는 올해 초 개인회생을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고 현재 변제 계획을 이행 중이라고 했다.
‘강제경매’ 처분 서울집 44% 급증
올해 들어 강제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된 서울 부동산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빚 부담이 커진 ‘영끌’ 차주들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강제경매 매각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서울 부동산은 3854건으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677건보다 44.0% 급증한 수치다.
강제경매 매각으로 인해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서울의 부동산은 2013년 1453건으로 사상 처음 1000건을 넘은 후 쭉 감소세를 보여 2019년에는 499건까지 내려갔다.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2023년(718건), 2024년(1492건), 2025년(2677건)에 이어 올해까지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 시기는 제로 금리를 이용한 ‘영끌’이 극에 달해 서울 집값이 꼭대기까지 올랐던 2021년 이후다. 무리해서 빚을 내 비싼 집을 산 차주들이 그 후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동산을 강제경매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강제경매는 채무자가 변제기일까지 빚을 갚지 못할 때 이뤄진다. 저당권이 있으면 재판 없이 경매 신청이 가능한 임의경매와 달리 강제경매는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택 차주들이 빚을 돌려막기 해서라도 버틸 때까지 버틴 후에도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지는 지경까지 몰려서야 경매 절차에 들어서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고금리 상황에서 강제경매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올해 1~7월 서울의 법원에서 진행된 부동산 경매 건수는 총 2만3805건이었고 이 중 5397건이 매각됐다. 매각률은 22.7%였다.
경매에 나오는 집은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가 20% 이상씩 일괄 감액된다. 그만큼 저가 공급 물량이 늘어난다. 이같은 물건이 적체되면 주택 유효 매수 수요는 일반 매매 시장에서 경매 시장으로 이동한다. 결국 그에 따라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진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한계 차주가 늘어날수록 ‘급매’가 더 늘어나고, 그럼에도 소화되지 못한 집이 차주의 능력에 따라 차례로 경매로 넘어가는 연쇄 고리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경매물건이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 위험을 키우고 집값이 추가 하락하리라는 심리가 시장에 확산하면 대기 매수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진다”고 짚었다.
청년들이 이같은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높은 집값, 취업난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투자 손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대출과 투자가 가능한 환경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 투자 사례를 쉽게 접하면서 상대적으로 조급함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소연 광주남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팀장은 “SNS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고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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