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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고쳐 쓰고, 달리 쓰고, 만들어 쓰고, 물려 쓴다”…르노가 보여준 자동차 순환 경제[2026 파리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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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전경.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전경. 르노코리아 제공

작업장에 들어서자 옅은 기름 냄새가 났다. 초록색으로 바닥을 칠한 보행로 옆 적재된 상자에서 나는 냄새였다. 상자 안에는 실린더 블록·헤드 등 부품들이 때가 묻는 채 종류별로 쌓여 있었다. 재제조 엔진을 만드는 데 사용될 부품들이다. “위이이잉.” 작업장 어디선가 높은음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작업장 관계자는 “엔진을 재조립한 뒤 출하 전 기어별로 성능을 시험하는 소리”라고 했다. 이곳은 유럽 최초 자동차 전용 순환 경제 공장,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플랑쉬르센에 있는 르노의 플랑 공장을 방문했다. 플랑 공장은 1952년 르노의 신차 제조공장으로 문을 연 뒤 총 18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만든 곳으로, 2024년 신차 제조를 멈추고 차량 수리·부품 재제조 공장으로 역할을 전환했다. 이 공장의 목표는 뚜렷하다. 사고 차는 고쳐 타고,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달리 쓰고, 고장 난 부품은 새롭게 만들어 쓰고, 사업 모델을 만들어 중고차를 물려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르노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클레르 브리도노 재제조·사업개발 담당 디렉터가 한국 기자단에게 중고 엔진 해체 및 세척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지난 13일(현지시간) 르노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클레르 브리도노 재제조·사업개발 담당 디렉터가 한국 기자단에게 중고 엔진 해체 및 세척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에서 엔진을 옮기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에서 엔진을 옮기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플랑 공장에는 여러 작업장이 있지만, 이날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부품 재제조 계열사인 ‘더 리메이커스’의 작업장이었다. 이곳에서는 먼저 엔진·변속기 등 차량 주요 부품을 해체해 세부 부품의 재사용 여부를 진단한다. 다시 쓰기 어려운 부품은 소재 재활용으로 넘기고,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은 세척·수리한 뒤 재조립해 성능 실험을 거쳐 출하한다. 취급하는 부품 종류는 엔진과 변속기·전기차 모터 등 약 1만1000종. 지난해 엔진 3만대를 포함해 총 35만개의 부품을 출하했다.

클레르 브리도노 더 리메이커스 재제조·사업개발 디렉터는 “재제조 엔진은 신품과 같은 수준의 성능과 내구성을 갖췄는데도 가격은 약 30% 저렴하다”며 “우리의 역할은 고객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래된 차량에 필요한 부품은 때로 부품 수급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때를 위해 재고 부품도 항상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에서 엔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에서 엔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플랑 리팩토리에서 완성한 엔진을 상자에 포장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한 작업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플랑쉬르센에 있는 플랑 리팩토리에서 완성한 엔진을 상자에 포장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이들은 제조공정의 환경오염 최소화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품 표면을 복원할 때는 화학약품 대신 기계 등 물리적 방식으로 녹과 잔여물을 제거하는 식이다. 생산성이 우려됐지만, 더 리메이커스 측은 친환경 공정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엔진 실린더 블록의 녹을 제거하는 작업은 10분이면 끝나고, 엔진 전체의 해체부터 세척·수리 후 재조립까지 해도 2.5일이면 된다는 것이다.

더 리메이커스 측은 오히려 순환 산업의 규모와 생산성 사이의 딜레마를 우려하는 듯 보였다. 산업 규모를 키우려면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취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동화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어서다. 이날 작업장 내 오늘 작업 목표 달성 여부를 나타내는 전광판에는 16개 항목 중 9개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7개는 지연되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브리도노 디렉터는 “다양한 부품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자동화에 드는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부품을 꾸준히 수급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들은 이를 한국의 공병 보증금과 같은 방식을 써서 해결했다. 주요 고객인 정비소가 엔진을 구매할 때 보증금을 함께 내게 하고, 향후 정비소가 기존 엔진을 교체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이다. 정비소를 통한 엔진 회수율은 약 90%로, 이렇게 들어온 엔진은 다시 진단을 거쳐 해체된 뒤 재제조 원료가 되거나 재활용 소재가 된다.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내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한 작업자가 전기차 모터를 만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내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한 작업자가 전기차 모터를 만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내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한 작업자가 전기차 모터를 만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자동차그룹의 플랑 리팩토리 공장 내 더 리메이커스 작업장에서 한 작업자가 전기차 모터를 만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제공

현재 더 리메이커스는 전기차의 부품 수요에 대응하려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신차 등록 대수의 약 50%는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 차들이 미래 중고차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도노 디렉터는 “유럽의 평균 자동차 사용 기간이 12년 이상이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수리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래를 위해 전기차 모터와 부품의 재제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랑 리팩토리의 로비나 모하매드 PR팀장은 “올해 부품 재제조·수리 부문 처리 목표는 4만대”라며 “이를 위해 직원들의 차량 순환·재생 분야 교육에 총 13만5000시간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의 85%가 재활용할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30%도 채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잠재 가치가 크다는 취지다. 르노는 리팩토리 공장을 포함한 순환 경제 매출을 2030년 23억 유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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