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왜 ‘구룡포 해녀’를 주목했나…‘여성인재 100인’ 한국서 유일하게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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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리어촌계장 성정희, 세계 100인의 여성 농어업인 인재 선정 및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0월22일 경북 포항역에서 버스로 40분쯤 달려 구룡포에 들어서니, 거리 곳곳에 ‘경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세계 여성농어업인의 해’를 맞아 ‘여성 인재 100인’을 선정했다. 193개 회원국에서 600여명이 추천됐고, 한국에선 성정희(74) 구룡포 어촌계장(경북해녀협회 회장)이 유일하게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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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구는 왜 ‘구룡포 해녀’를 주목했을까. 에프에이오는 누리집에서 선정 이유에 대해 “수십 년간 어업 공동체 지원과 해녀 문화 보존, 수산업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헌신해 왔다”며 “그의 리더십은 바다와의 깊은 유대감, 해녀의 문화·생업을 지속 가능하게 지켜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난 10월15일(현지시각)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귀국한 성 계장을 구룡포에서 만났다.
“로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명씩 단상에 올라가 기념패를 받았어요.” 성 계장은 “옛날에는 해녀라면 천시받는 직업이었다”며 “2016년 제주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2017년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에 여성 인재 100인에 선정되면서 해녀에 대한 관심을 더 넓힐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7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성 계장은 약 40년 동안 해녀로 일했다. 현재 구룡포 어촌계장과 경북해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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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계장이 해녀를 시작한 것은 30대 초반이다. 보통 10대에 시작하는 데 비춰 보면 ‘늦깎이 해녀’다. 고향인 구룡포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다녔다. 평소 바라던 간호사라는 꿈을 이뤘지만, 결혼을 한 뒤 일을 그만두고 평범한 주부로 지냈다. 어느날 남편 사업이 어렵게 되면서, 가족 모두 고향인 구룡포로 내려오게 됐다.
“어린 아이가 셋이다 보니 하루종일 직장에 매여 있는 일은 할 수 없었어요. 해녀는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좋았어. 또 내가 수영 하나는 끝내주게 했어요.” 성 계장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했고, 점점 해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할수록 열악한 해녀들의 노동환경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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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께 같이 물질을 하던 동료 해녀가 2분이 넘도록 바다에서 나오지 않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성 계장이 재빨리 끌어올려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구하고 보니까 해녀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거예요. 나는 간호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 너무 화가 나더라고.” 성 계장은 해경을 찾아 이런 사실을 알렸고, 그 뒤부터 해녀들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게 됐다.
해녀들 사이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 나섰던 그는 2021년 4월 어촌계장에 출마해 당당히 당선됐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했던 어촌계에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북 내 어촌계가 150곳 정도 되는데, 당시 여성계장은 유일했다. 성 계장의 도전 뒤 새로운 여성계장이 2명 더 탄생했다. 그는 2023년 9월 포항·경주·영덕 해녀들과 뜻을 모아 ‘경북해녀협회’를 만들어,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됐다. 그즈음 구룡포 일부 구간을 ‘구룡포리해녀길’로 도로명을 바꾸는데도 힘을 보탰다. 구룡포에서 활동하는 해녀들을 알리기 위해서다.
육지인 구룡포에 해녀들이 생겨난 건, 1960년대 제주해녀 1500여명이 이곳에서 정착하면서부터다. 지금도 교류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포항·경주·영덕 등 경북해녀 19명은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 기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로 갔다. 서로 물질하는 바다는 달라도, 해녀라는 공통의 삶을 매개로 깊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한다.

성 계장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해녀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기후위기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산물이 줄고, 무엇보다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성 계장이 ‘물질’을 시작할 즈음엔 구룡포 해녀가 10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30명까지 줄었다. 고령화로 20~30대는 아예 없고, 대부분 70대다. 해녀의 가입 기준을 낮추고, ‘해남’(현재 2명)도 받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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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인력이 지금 고갈 상태예요. 10년 후면 해녀 자원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성 계장은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포항시, 구룡포 해녀들이 힘을 모아 만든 ‘해녀복지비즈니스센터’가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파는 직거래나 미래세대 해녀를 키우기 위한 ‘해녀 체험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해녀라는 직업이 참 괜찮아요. 과하게 욕심만 내지 않으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요. 작은 생물은 잡지 않는 등 바다와 공존해야만 하는 직업이기도 하죠. 일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정직한 일이기도 하지만, 서로 배려하고 챙겨줄 수밖에 없어 공동체 의식도 강해요.” 성 계장은 “다시 태어나도 해녀가 되고 싶을 정도로 이 일이 좋다“며 “에이아이(인공지능)가 대신할 수 없고, 정년퇴직도 없다. 청년들이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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