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 시의 세계]무당벌레의 내습
해마다 이맘때, 시월 초가 되면,
따뜻함과 차가움의 안개 서린 가장자리에서,
무당벌레의 내습이 시작된다.
처음엔 하나, 그다음엔 열, 그다음엔 수백 마리,
까만 반점이 찍힌 빨강의 무리.
녀석들은 작년 내방의 냄새 분자가
아직도 배어 있는 욕실 창틀의
비좁은 공간을 차지한다. 이것은
봄에 녀석들이 떠들썩하게 깨어날 때까지
몇 달 동안 창을 열지 말아야 한다는 걸 뜻한다.
당분간 그들은 잠자는 중이다. 정지 상태로, 꿈도 꾸지 않고,
심연우주 비행에 도전하는 우주선 승무원처럼.
서둘러 그들을 깨우는 건 치명적인 일이 되리라.
- 제이미 맥켄드릭(1955~)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제이미 맥켄드릭의 시집 <그 시절>(이종숙 옮김)에는 열다섯 편의 시와 그림이 나란히 실려 있다. 그의 시와 그림이 보여주는 상호텍스트성이 무척 흥미롭다. 이 시집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던 2020년에 출간됐다. 역자의 표현을 빌리면, “재난 시대에 쓴 작은 ‘신곡’”이다. ‘무당벌레의 내습’이라는 시도 단테의 <신곡>처럼 마지막 연을 제외한 모든 연이 3행씩으로 되어 있다. 고전적 형식 안에 현대적 사유와 표현이 담겨 있고, 일상적 공간에 우주적 시간이 깃들어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무당벌레들은 동면하기 위해 욕실 창틀로 모여든다. 창틀은 “따뜻함과 차가움의 안개 서린 가장자리”이자 인간과 곤충이 공존하는 커먼즈의 장소다. 그곳엔 “작년 내방의 냄새 분자가 아직도 배어 있”다. 화자는 작년에도 그랬듯이 무당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까지 몇 달 동안 창을 열지 않고 기다릴 참이다. 무당벌레의 겨울나기는 “심연우주 비행”에 비유된다. 내습한 무당벌레들처럼, 인간들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정지 상태로, 꿈도 꾸지 않고” 지내야 했다. 그 은둔과 침잠이 가져다준 어떤 성찰을 너무 빨리 망각해버린 우리를 향해 시인은 경고한다. “서둘러 그들을 깨우는 건 치명적인 일이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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