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로부터 압수수색 받다 영장 뺏은 80대···대법원 “절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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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을 빼앗고 20여일동안 돌려주지 않은 80대 노인에게 공무집행방해죄는 인정되지만,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공무집행방해 및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8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지난해 1월 부산에 있는 A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A씨 배우자로 허위 전입신고로 주택을 분양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집을 수색하다 A씨의 은행·카드 명세서 30장을 압수했다. 그러자 A씨는 항의하며 탁자 위에 있던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가 소파에 깔고 앉았다. A씨는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도 반환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영장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A씨는 경찰관의 손등을 때리며 거부했다. 경찰이 영장을 되돌려받길 포기하고 문밖으로 나가자, A씨는 “순사 잡귀들아 썩 물러가라”라며 굵은 소금 뭉치를 경찰관 뒤통수에 뿌려 맞췄다. 결국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A씨는 경찰에 영장을 임의제출로 돌려줬다. A씨는 국가 소유의 영장을 훔친 혐의(절도)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절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압수수색 집행은 적법했고, A씨가 이들을 폭행하며 공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정당방위였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가 영장을 20여일 동안이나 가져갔으므로, 불법적으로 남의 물건을 가지려는 의도도 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요청이 없었더라면 피고인이 영장을 스스로 반환했을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경찰의 반환 요청을 거부하고 상당 기간 영장을 점유한 행위를 두고 단지 일시적 사용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절도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영장을 가져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자신의 것으로 이용하려고까지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영장을 장시간 점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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