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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0, 2026

또 늘어난 ‘순직 소방관’의 이름···올해도 달린 ‘119메모리얼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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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순직 소방관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착용하고 달리고 있다. 안광호 기자

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순직 소방관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착용하고 달리고 있다. 안광호 기자

도로를 달리는 ‘러너’들의 가슴에 부착된 ‘배번표’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름이었다. 일부 참가자는 방화복과 산소통 등 소방관이 화재진압시 착용하는 각종 장비를 그대로 입고 달렸다.

지난 17일 오전 세종중앙공원에서는 ‘119메모리얼 런’ 행사가 열렸다. 약 2300명의 시민, 소방관, 유가족이 4개 그룹으로 나눠 출발선에 섰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첫 번째 그룹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고 이석훈 소방관(당시 36세)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달고 달린 이기동 광주 북부소방서 문흥119안전센터 소방관(50)은 “과거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며 “고인을 기리기 위해 광주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고 이석훈 소방관은 2011년 1월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아파트 14층의 고드름 제거를 위해 고가 사다리차 승강기에 타고 작업 중 20여 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순직했다. 그는 화재진압 소방관이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내구연한(15년)을 5년이나 넘긴 노후 고가 사다리 때문이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119메모리얼 런’은 순직 소방관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행사다. 소방 긴급신고 번호 119를 상징하는 119명의 현직 소방관과 일반 시민, 유족 등이 11.9㎞ 또는 단거리 5㎞를 뛴다. 11.9㎞를 완주한 강모씨(43·세종시 다정동)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다 순직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20일 소방청 관계자는 “올해 1000명이 넘는 현직 소방관이 참가신청을 했는데 신청 사연과 지역 배분 등을 고려해 119명을 선정했다”며 “신청 예약 홈페이지가 열린 직후 마감될 정도로 일반 시민들의 참가 경쟁도 치열했다”고 했다.

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등 참가자들이 순직 소방관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착용하고 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등 참가자들이 순직 소방관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착용하고 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행사는 별도의 순위 시상도 없다. 완주자들에게는 소방관과 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기념 메달이 수여됐다. 참가자들이 낸 참가비(5만원)는 전액 순직 소방관 유족들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3년 전 제주 화재 진압 현장에서 아들을 떠나 보낸 임영준씨(64)도 이날 행사에 동참했다. 아들 고 임성철 소방관(당시 29세)은 2023년 12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화재 진압을 하던 중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현장에서 순직했다. 임씨는 “작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다른 소방관 분이 우리 아들의 이름이 적힌 배번표를 달고 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들을 기억하기 위해 올해는 내가 달려야겠다고 생각했고, 1년 전부터 틈틈이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형인 지혁씨도 2024년 소방관 채용시험에 합격해 현재 일선에서 소방 업무를 하고 있다.

달리기가 끝난 후 공원 내 광장에서 ‘국민참여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서는 지난 4월 순직한 고 박승원 소방관(당시 44세)의 생전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낭독됐다. 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광장의 시민들과 동료 소방관들은 두 손을 모아 묵념했다. 박 소방관과 동료 고 노태영 소방관은 당시 전남 완도군 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중 화염에 고립돼 순직했다. 창고 안에 발화 위험성이 큰 우레탄 폼이 대량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내부에 진입하다 변을 당했다. 부실한 현장 지휘체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전날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44)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여간 화재 진압과 구조 등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것으로 승인된 소방관은 총 28명이다. 올해에만 4명이 숨졌다. 광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우리의 숙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긴 한데,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시민들이 소방 특수 장비를 직업 착용하고 있다. 안광호 기자

지난 17일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119메모리얼 런’ 행사에서 시민들이 소방 특수 장비를 직업 착용하고 있다. 안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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