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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대공황의 절망' 2026년에 비추다…테네시 윌리엄스의 재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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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유리동물원'·'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올가을 나란히 개막

"경쟁 속 내몰린 청년들 삶과 맞물려…스탠리로 연민 잃은 현실 고발"

이미지 확대 마포문화재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예술의전당 '유리동물원'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예술의전당 '유리동물원'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낙후되고 뒤처진 인물들이 가차 없이 거세당하는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시대의 폭력성과 가부장적 구조가 오늘날에도 똑같이 접목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열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기자간담회에서 조금희 연출은 "스탠리라는 인물의 잔혹함과 폭력성에서 나오는 연민의 부재를 다루고자 했다"며 고전 작품을 오늘날 무대로 옮겨 재해석한 의도를 밝혔다.

무한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을 비추고, 타인에 대한 연민이 사라진 동시대의 단면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올가을,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마포문화재단이 선보이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예술의전당의 '유리동물원'이다.

두 작품 모두 1930∼40년대 극심한 경제적 불안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흔들리던 시절을 배경으로 삼는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고전 연극들이 2026년 한국 무대에 다시 호출된 바탕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의 깊은 접점이 존재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계층 이동 사다리 상실, 청년층의 주거 불안 및 사회적 고립 등 동시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작품 속 배경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올가을 연극계가 이 두 고전을 다시 무대 위로 올려세우며 던지고자 하는 질문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지 확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주역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주역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더샵갤러리에서 열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정원, 송선미, 송일국, 사강, 김주희, 조금희. 2026.8.20 mjkang@yna.co.kr

마포문화재단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기존의 익숙한 구도를 깨뜨리는 해석을 예고한다.

그동안 쇠락한 남부 귀족 출신으로 몰락해 가는 여성 블랑쉬의 비극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연출과 달리, 이번 무대는 현실주의자인 스탠리로 시선을 옮긴다.

블랑쉬와 스탠리의 충돌을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생존을 위한 욕망과 폭력성, 타인을 향한 연민의 부재를 둘러싼 문제로 확장해 풀어낼 예정이다.

이러한 연출적 시도는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시대 청년들의 초상과 맞물린다.

작품은 개인의 거친 행태 뒤에 숨겨진 낙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뒤처진 이들을 '현실 적응'이라는 명목 아래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냉혹한 사회를 반영한다.

이미지 확대 2026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유리동물원' 기자간담회

2026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유리동물원'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신유청 연출이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연극 '유리동물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8 ryousanta@yna.co.kr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유리동물원'은 각자의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절망의 순간, 비로소 서로의 결핍을 바라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 도피와 열등감 속에서 얽혀 있던 인물들을 통해 자기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타인의 슬픔을 안아주는 연민과 공동체적 공감의 필요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김건표 연극평론가는 "1930∼40년대와 지금은 외형만 다를 뿐, 청년들의 주거·결혼·양육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사다리의 상실 등 인간을 흔드는 사회적 형상은 똑같다"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스탠리가 품었던 야망과 현실적 좌절, 그로 인한 분열은 오늘날 각박한 경쟁 구조 속에 내몰린 청년들의 삶과 그대로 겹쳐진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올가을 연극계가 '왜 지금, 테네시 윌리엄스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테네시 윌리엄스 작품의 본질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간 그 자체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삶을 바라보는 깊은 연민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기보다 자기중심적인 논리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왔다"며 "두 고전은 각박한 생존 논리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잃지 않는 것, 즉 우리가 어떤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더불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unn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3일 07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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