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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24, 2026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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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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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축구 그만하고 싶어. 돈 벌래.”

2024년, 대학교 졸업을 앞둔 딸 ㄱ씨가 입을 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축구공을 놓지 않았던 딸이었다. 맞벌이로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딸이 좋아하는 축구만큼은 포기시키고 싶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대여섯 개씩 하며 돈을 맞췄다. 공을 찰 때 행복해하는 딸의 얼굴이 좋았다.

하지만 모녀의 꿈은 결국 과도한 ‘회비’ 부담에 무너졌다. 2022년 고3이던 딸에게 김주영 당시 감독은 ‘월 40만원 회비 말고는 낼 돈이 없다’ ‘뛸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며 입학을 권했다. 모녀는 그 말을 믿었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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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부 학부모 밴드’에는 추가 비용 공지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ㄴ씨는 “대회비는 기본이고 입학하자마자 동계훈련비, 친선경기비, 버스 교체비까지 눈만 뜨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김주영 감독이 부임한 기간 중 1년도 안 돼 1천만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마저 줄자 ㄱ씨는 결국 축구를 그만뒀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났지만 ㄴ씨는 그때 진 빚을 아직 갚고 있다. ㄴ시는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던 아이가 어른들의 돈 욕심과 불공정한 기회 차별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받았고 어른들에 대한 신뢰와 꿈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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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는 감독의 추가 월급이 되었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김 감독이 2023년 3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끄는 동안 학부모들의 회비는 사실상 감독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매달 40만~45만원의 정기회비를 냈다. 이 돈으로 김 감독은 매달 400만원, 코치는 200만~25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김 감독도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이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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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 감독이 대경대와 초빙교수 계약을 맺고 연봉 3500만원 안팎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경대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따로 월급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지도자가 대학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학부모들에게 ‘제2의 월급’을 이중 수령한 셈이다.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외부 감독 접대, 차 주유비까지

월급 외에도 다양한 명목으로 학부모들의 회비를 챙겨 갔다. 학부모들은 대회나 훈련 때마다 10만~20만원의 대회비를 따로 냈는데, 여기에 선수와 무관한 경비가 여럿이었다.

2023년 6월 여왕기 대회 예산 중 절반인 100만원이 감독 활동비로 지출됐다. 그해 9월 회장배 대회 때는 연맹에서 숙박비 등 500만원을 지원받았음에도 학부모들에게 20만원씩 더 걷어 감독 활동비 100만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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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감독 접대비와 개인 차량 기름값도 회비로 충당했다. 2024년 4월과 7월 결산표에는 ‘실업감독님 식사’, ‘고등학교 감독님들 접대’ 항목으로 수십만원이 적혀 있었다. 확인된 다섯 달 동안 지출된 김 감독의 개인 차 주유비만 268만원에 달했다. 회칙에도 없는 ‘포상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현직 대학축구 감독 ㄷ씨는 “회비를 어떤 경우에 얼마를 걷는지 기준도 없고,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면 학부모는 돈만 내고 쓰임새는 모르는 구조에 놓인다”며 “자녀 출전과 진로가 걸려 있어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운 만큼 팀 운영 비용일수록 더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감독 ㄹ씨 역시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며 버티는 지도자가 많은데 학부모에게 큰돈을 걷고 실업팀 감독 접대까지 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대학 여자축구부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겨레자료

“선수 목줄 쥔 감독… 알아도 모른 척”

학부모들은 선수 출전권을 쥔 감독에게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했다. 학부모 ㅂ씨는 “달마다 200만원 이상 낼 때 부담스러워 난색을 표하면, 실업팀 감독과 약속했으니 맞추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ㄷ씨는 “선수 목줄을 쥔 건 감독이라 학부모들은 알아도 모른 척 지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주영 감독은 부업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에 대경대 선수 5명의 명의를 동의 없이 올려 인건비 경비 처리에 이용하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종합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4대 보험 가입이나 정직원 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탈세 및 명의 도용 사실을 인정했다.

회비 유용 논란으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 감독은 2024년 9월 여자 대학축구 ‘U리그’ 7개 팀 가운데 유일한 공립대인 강원도립대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원도립대에서도 학부모들은 매달 15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출전 불이익을 우려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면 공갈에 가깝다”며 “타인 명의를 이용한 경비 처리는 탈세, 사문서위조 등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급여와 활동비를 받은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쌓아둔 게 아니라 선수 모집과 팀 운영에 사용했다”며 “출전 기회를 회비 납부에 따라 달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원도립대 측은 “채용 당시 대경대에서의 실태를 알지 못했다”며 “지도자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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