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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전장연 조롱한 ‘밈’…유머로 둔갑, 3만여번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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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밈’과 ‘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래픽 송권재 기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밈’과 ‘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래픽 송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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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10대 청소년에게 ‘만능’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메신저, 영상을 보는 플랫폼, 뉴스 등 사회문제와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 구실을 모두 맡는다.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공간에 최근 1~2년새 극우적인 세계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유머와 밈, 세련된 미학을 무기로 장착해서 더 위험하다. 독일과 미국 등에선 인스타그램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극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된 지 오래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생태계를 분석하고, 10대 청소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오늘의 주인공, 생일 축하해요!’ 전동차 안쪽 연분홍색 손팻말 앞으로 백발의 남성이 엎드려 있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엔 촛불이 켜진 분홍 케이크가 어색하게 공중에 떠 있다. 생일잔치의 주인공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사진을 가공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다. 인스타그램 ‘릴도지’ 계정에 이 밈이 올라온 8월8일은 박 대표가 43년 전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날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게시물은 ‘종이비행기’처럼 여기저기 떠다녔다.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3만3천번 공유됐다. 심각한 장애인 조롱이 밈이라는 ‘가면’을 쓰자, 유머로 둔갑했다. 6천개 가까이 ‘좋아요’ 버튼이 눌렸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 582개 가운데 90개는 ‘재밌다’는 내용이다. 이런 댓글에 다시 ‘좋아요’를 누른 계정이 3500개에 이른다.

인스타그램 ‘릴도지’ 계정에 올라온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조롱하는 밈. 한겨레는 혐오와 조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박경석 대표의 양해를 구한 뒤에 이 밈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릴도지’ 계정에 올라온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조롱하는 밈. 한겨레는 혐오와 조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박경석 대표의 양해를 구한 뒤에 이 밈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밈의 힘이다. 흔히 ‘짤’이라고 하는 합성 사진이나 갈무리(캡처)본, 영화·만화 등의 원작 비틀기, ‘30대 직장인 요즘 근황.jpg’와 같은 유행어 제목 등을 일컬어 ‘밈’이라 한다. 밈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존재한다. 유머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욕망이다. 미국에선 온라인 사이트 포챈(4chan) 등을 통해 ‘대안 우파’가 정치 세력으로 결집하는 과정에서 ‘밈’이 청년을 모으는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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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인스타그램에선 ‘밈’으로 대표되는 연성화된(말랑한) 극우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자신들끼리 공유하는 대중문화 코드를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낄낄대며 이를 확산시키는 ‘극우 커뮤니케이션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한겨레는 인스타그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숫자로 확인했다. 극우 성향의 콘텐츠를 활발히 올리는 핵심 계정 48개의 2년치 게시물 3만2150건, 게시물에 첨부된 이미지·영상 파일 6만5천여건, 해시태그·멘션과 같은 세부 데이터 200만건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밈과 카드뉴스를 강력한 무기 삼아 공고해지고 있는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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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도지·자유대학 등 인스타그램 극우 핵심 계정 48개가 2024년 9월~2026년 9월 올린 게시물 3만2150건을 형태별로 분류했더니, 카드뉴스(53.7%)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밈이 17.4%로 두번째였다.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카드뉴스와 밈이 가장 강력한 선전의 도구가 되는 셈이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결집한 ‘태극기 부대’는 극우 유튜브 생태계의 토대가 됐다. 중년·노년층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에선 확실한 ‘우리 편’을 겨냥해 선명한 문법을 사용한다. 진영 논리에 따라 보수·진보 채널이 양분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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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형성된 인스타그램 생태계는 유튜브와 다르다. 유통되는 극우 콘텐츠의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유튜브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콘텐츠의 형식은 청년을 포섭하려는 목적의식이 좀더 뚜렷하다. 유튜브의 노골적이고 비장한 화법에 견줘 은유적이거나 세련된 문법을 추구하려 든다.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가 기존 유튜브 극우 생태계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을 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전하느냐에 있다.

비상계엄 이후,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도 청년을 적극적으로 ‘호명’하고 포섭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민주주의, 공정 등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의 담론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원으로 끌어당기려 한다(김종우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극우 유튜브 채널’ 연구).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여러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청소년과 청년층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극우 정치 문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밈: 극우를 가볍게 만드는 문법

인스타그램에선 ‘찰나’의 시선을 빠르게 잡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텍스트 기반의 페이스북, 엑스(X) 등과 달리 인스타그램에서 밈이라는 형식이 효과적인 이유다. 밈은 이성이나 논리보다 감성을 공략한다. 더구나 웃음을 유발하는 문화적 코드와 버무려진 밈은, 아무리 비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보는 이의 거부감을 크게 줄여준다.

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계정이 릴도지(팔로어 14.1만)다. 48개 계정의 게시물 1건당 댓글 수와 ‘좋아요’ 수를 뽑아 계산했더니, 릴도지가 평균 8만980건으로 압도적이었다. 2위인 ‘자유를 향한 태극기’(팔로어 3.9만)는 1만4616건, 3위인 ‘정치매드무비’(팔로어 5166)는 1만2882건이었다. 릴도지 게시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재명 대통령 등이다. 단순 풍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머리 스타일에 김일성이나 시진핑 얼굴을 에이아이로 합성하는 식이다. 북한·중국과 연관 짓는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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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혐오와 증오를 합리화하는 수단이다. 특히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집단이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 폭력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게시물의 50%,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의 76%가 ‘밈’이라는 형식에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아요’ 등 이용자들의 반응을 크게 끌어내는 효과도 노린다. 실제로 하나의 계정이 비슷한 내용을 ‘카드뉴스’로 올렸을 때와 ‘밈’으로 올렸을 때 이용자 반응에 차이가 있었을까. 중국, 북한, 노동조합·시민단체, 여성·페미니스트 등 특정 집단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게시물 7654건을 분석해봤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계정이 같은 달에 올린 비슷한 주제의 게시물만 따로 뽑아냈다. 분석 결과, 비슷한 주제라도 ‘밈’ 게시물이 정보 전달을 주로 하는 ‘카드뉴스’ 게시물에 견줘 1.25~1.72배가량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스타그램 계정 ‘힢헙’ 등이 올린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계정 ‘힢헙’ 등이 올린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카드뉴스: 극우를 주류처럼 보이게 하는 문법

인스타그램 극우 계정의 가장 보편적인 게시물 형태는 카드뉴스다. 카드뉴스는 기성 언론이나 정부기관 등이 긴 기사, 복잡한 내용을 압축해 전달하고자 사용하는 방식이다. 흔히 주제를 보여주는 사진 한장에 기사 제목을 짧게 달아 배치한다. 깔끔한 디자인이 핵심이다.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카드뉴스라는 형식 자체만으로, 게시물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카드뉴스 게시물을 주로 올리는 자유대학, 힢헙 등의 계정이 노리는 바이다. 2025년 12월3일, 자유대학이 올린 카드뉴스 제목은 ‘합법 계엄 1주년’이었다.

게시물 3만2150건을 전수 분석했더니, 국내에 외국인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게시물의 44%, 중국인 혐오나 ‘반중’ 정서와 관련된 게시물의 33%가 카드뉴스 형식이었다. 언뜻 객관적이거나 세련되어 보이는 ‘포장지’는 내용의 편향성을 감추는 데 기여한다. ‘알맹이’는 외국인에 대한 배타주의 등 극우적인 가치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사실처럼 포장된 극우 사상은 쉽게 퍼진다. 중국 관련 기사를 다룬 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 10개를 본보기로 뽑아, 게시물에 달린 댓글 2만2396건을 분석해봤다.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중국인을 혐오하는 댓글이 약 30%에 이르렀다. 단순 욕설 등은 제외한 수치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는 “극우 세력은 ‘우리’와 중국, 북한, 외국인과 같은 ‘그들’의 경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배타주의를 강화한다”며 “극우 계정들이 주류 뉴스 매체와 같은 스타일(카드뉴스)을 택함으로써 사실성과 객관성이라는 겉모습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 안에는 계정 약 73만3800건이 연결돼 있다. 핵심 계정 48개와 팔로어·팔로잉 관계를 맺고 있는 계정들의 숫자다. 하지만 게시물은 생태계 바깥의 ‘연결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퍼져나간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게시물 3만2150건 가운데 댓글이 3천개 이상 달린 게시물 10건을 무작위로 뽑아 댓글(총 4만5170건) 작성자를 분석해봤더니, 대부분이 생태계 바깥에 있었다. 48개 계정 중 어느 하나도 팔로하지 않은 이들이 댓글 작성자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인스타그램 안에서 극우 성향의 콘텐츠가 은근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보통의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가닿고 있다는 뜻이다. 밈과 카드뉴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채.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어떻게 데이터 수집·분석했나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를 분석하고자 국내 언론 최초로 인스타그램 데이터 수집·분석을 시도했다. 단순 현상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안에 극우 성향의 게시물이나 극우 계정이 얼마나 넓고 깊게 퍼져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먼저 10대가 즐겨 보는 정치·사회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을 추천받아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극우 게시물을 주로 올리는 129개 계정을 추렸다. 이 가운데 극우 콘텐츠를 활발히 올리거나 전파하는 자유대학·힢헙·릴도지 등 핵심 계정 48개를 선정해 2024년 9월~2026년 9월 올라온 게시물 3만2150건을 수집했다. 게시물에 첨부된 이미지와 영상 파일 6만5천여건, 해시태그(#), 멘션(@), ‘좋아요’와 댓글 수, 작성 시각 등 게시물과 관련한 세부 데이터 200만건도 함께 모았다. 이 가운데 추가 분석할 게시물 30개를 골라 댓글 7만9245건과 댓글 작성 계정 5만3447건을 수집했다. 48개 계정과 팔로·팔로어 관계를 맺고 있는 계정 73만3800건의 정보도 갈무리했다.

인스타그램은 유튜브, 엑스(X) 등과 달리 상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에이피아이(API·연결 통로)를 폐쇄적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인스타그램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분석한 연구나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 수집과 일부 분석 작업은 ㈜메로의 도움을 받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정 간의 관계도를 그려보고 비슷한 ‘군집’끼리 묶는 연결망 구조 분석, 어떤 시기에 어떤 주제를 이야기했는지를 분류하는 토픽 모델링과 담론 분석은 김종우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다. 6만5천여건의 이미지와 영상 파일이 다루는 주제, 게시물의 형식(카드뉴스·밈) 등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코덱스를 활용해 분류하고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가 서로 교차 검증하게 한 뒤에 기자들이 세부 내용을 검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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