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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0, 2026

[주말의 취향]박정자가 읽는 한강, 무대에서 만나는 현진건…가을 낭독극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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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예술의전당 계단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낭독 콘서트. 예술의전당 제공

10월 예술의전당 계단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낭독 콘서트. 예술의전당 제공

[주말의 취향]박정자가 읽는 한강, 무대에서 만나는 현진건…가을 낭독극에 빠져들다

‘주말의 취향’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려운 문화 현장의 소식들을 풀어서 전합니다. 마음은 가볍게, 생각은 깊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독서의 계절입니다. 올가을엔 무대에서 펼쳐지는 문학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한강의 소설을 배우 박정자의 목소리로 듣고, 성해나와 현진건의 작품을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진 무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가을밤 야외광장에서 즐기는 낭독콘서트도 기다립니다.

아르코 문학극장 포스터. 아르코 제공

아르코 문학극장 포스터. 아르코 제공

지난 7일 막을 올린 ‘아르코 문학극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문학 공연 프로그램입니다. 오는 31일까지 연희예술극장과 소극장 산울림, 클래식고택 디토 등에서 소설과 희곡, 시를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화합니다. 낭독극 5편과 낭독회 4편 등 모두 9개 프로그램이 11차례 펼쳐집니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극계 대모 박정자의 낭독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참상을 소년 동호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려낸 작품이지요. 낭독극에는 별도로 촬영한 영상과 5.1채널 입체음향을 결합하고, 공연 후반부에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가 흐릅니다. 오는 25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성해나의 <혼모노>(23일)는 영화와 낭독극을 결합한 ‘사운드 시네마형 낭독극’입니다. 미리 녹음한 배우들의 대사에 영상을 입히고, 배우 박원상이 현장에서 낭독합니다. 여기에 입체음향을 더해 관객이 소설 속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극작가 배삼식의 <화전가>(24일)는 배우 예수정의 낭독에 외국어와 수어, 무대 위에 글자를 투사하는 영상을 결합합니다. 귀로 듣는 언어와 눈으로 보는 언어가 한 무대에 공존하는 셈입니다. 고재귀의 희곡 <어딘가에, 어떤 사람>(10~11일)도 낭독극으로 선보입니다.

낭독회도 이어집니다. 김보영의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21일), 이아립의 <이응 품은 미음>(28일), 안희연의 <당근밭 걷기>(30일), 박준의 <마중도 배웅도 없이>(31일) 등입니다.

두 목소리가 교차하는 낭독, 시와 노래의 만남, 현대시와 전통 성악인 정가의 결합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학과 소리의 접점을 확장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작가 사인회와 관객과의 대화 등이 진행됩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무대에서 공연된 낭독극 <새>. (C) Christophe Raynaud de Lage_Festival d‘Avignon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무대에서 공연된 낭독극 <새>. (C) Christophe Raynaud de Lage_Festival d‘Avignon

한강의 문학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도 있습니다.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선보이는 낭독극 <새(Oiseau)>입니다.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올라 각각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소설의 문장을 낭독합니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 7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무대에서 세계 초연됐습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해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지요. 이번에는 오는 10~11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처음 국내 관객을 만납니다.

10월 예술의전당 계단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낭독 콘서트. 예술의전당 제공

10월 예술의전당 계단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낭독 콘서트.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은 가을밤 ‘계단극장’에서 한국 문학 낭독콘서트를 엽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10일)을 비롯해 <연애의 청산>(16일), <그립은 흘긴 눈>(17일)이 오후 6시 계단광장에서 관객을 만납니다. 낭독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연극 영상 상영도 이어집니다. 낮에는 ‘광장서재’에서 독서를, 밤에는 계단극장에서 낭독과 연극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낭독극의 매력은 상상할 여백이 많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배우의 움직임이 없어도 목소리만으로 소설 속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까요. 책 속에 머물던 문장들이 배우의 숨결과 목소리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계절입니다. 이번 주말 무대 위 문학의 세계에 빠져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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