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군대 가봤자 짐만 된다?”…맹렬히 싸우고도 지워든 여전사들 [Book]

스웨덴 바이킹 유적지 비르카에서 발견된 전사 무덤의 주인은 오랫동안 남성으로 여겨졌다. 무덤에 무기와 군사 장비가 함께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카지미에시 푸와스키 장군도 남성으로 알려졌지만, 유골 분석 결과 여성 또는 남녀의 신체적 특징을 함께 지닌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쟁터에서 싸운 사람은 남성일 것이라는 믿음은 어떻게 역사적 사실처럼 굳어졌을까.
신간 ‘여자들은 언제나 싸웠다’는 전쟁을 남성의 영역으로 굳혀온 역사를 추적한다. 저자인 세라 퍼시 호주 퀸즐랜드대 국제관계학 부교수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던 여성들의 기록을 조명하며, 남성 중심 군사사가 이들을 어떻게 지웠는지 소개한다.
여성들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성을 방어했으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켈트족의 왕비 부디카, 백년전쟁의 잔 다르크,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에 맞선 은동고 왕국의 은징가 여왕은 남성을 뛰어넘는 군사적 지도력을 발휘했다. 서아프리카 다호메이 왕국에는 여성 정예 부대 아고지에가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여성들은 저격수와 조종사, 포병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여성의 군사적 성취는 종종 특별한 사정으로 설명됐다. 잔 다르크의 지휘력은 신의 계시로, 부디카의 승리는 행운으로 치부됐다. 여성 장군의 전략과 지도력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여성이 전투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 여성의 활약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취급할수록 전쟁은 남성의 능력과 권위가 증명되는 무대로 남았다.
저자는 여성의 역할을 전투 현장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근대 초기 유럽의 군대에서 여성들은 식량 조달과 세탁, 간호를 맡았고 때로는 무기를 들고 적과 싸웠다. 성을 둘러싼 공성전에서는 돌을 던지고 대포를 쏘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전통적인 군사사가 정규군의 야전과 지휘관의 전략을 중심으로 전쟁을 서술하면서, 군대를 유지한 노동과 주민들의 전투는 역사 바깥으로 밀려났다.
여성을 전장에서 배제하는 제도와 관념은 19세기 이후 강화됐다. 군대의 보급과 의료 체계가 전문화되면서 여성이 맡던 업무는 국가의 공식 직무로 바뀌었다. 동시에 여성은 연약하고 가정에 헌신해야 한다는 관념이 확산됐다. 군대는 남성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됐고 여성의 군사적 기여는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전투 배제는 군대 안의 보직 제한에 그치지 않았다. 근대국가에서 군 복무와 전투 경험은 시민의 권리와 정치적 발언권, 조직 내 지위와 연결됐다. 여성에게 전투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공로를 쌓고 권력을 요구할 통로까지 좁히는 일이었다.
이 책은 잊힌 여성 전사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동시에, 누구에게 싸울 자격을 주고 누구의 공적을 기록할 것인지 결정해온 권력의 역사를 드러낸다. 여성을 전투에서 배제함으로써 가부장적 권력을 공고히 해온 역사를 되짚는 작업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성의 능력과 권리를 다루는 방식까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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