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도파민조차 피곤하다면···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더 위로가 되는 ‘매일, 휴일’
일본 NHK 드라마 <매일, 휴일> 한 장면. NHK 홈페이지 갈무리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지칠 때면,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모름지기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사건이 벌어지기 마련인데요. 굳이 쉴 때까지 싸우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봐야 할까 싶을 때 콘텐츠 ‘노잼 시기’(무얼 해도 재미없는 시기)가 찾아오곤 합니다.
오늘 소개할 NHK 드라마 <매일, 휴일>은 ‘사이다나 도파민에 절여진 콘텐츠를 볼 체력이 없다’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29세 ‘히로토’(오카야마 아마네)와 그의 열여덟 살 사촌 동생 ‘나츠미’(모리 나나)가 한 단층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큰 사건은 없습니다. 삼삼하고 무해한 일상물입니다. 신조 케이고의 동명 만화가 원작입니다.
선한 인상의 주인공 히로토의 매일은 평안합니다. 집 근처 낚시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퇴근 후에는 장을 보고 요리를 합니다. 친구가 부르면 말동무가 되어주고, 사촌 동생을 내심 챙깁니다. “결혼이나 취직, 다음 단계 행복을 생각해야 할 거 아니냐”는 어르신들의 잔소리에도 그는 그저 웃습니다. 꾸며낸 웃음이 아니라, 정말 느긋한 웃음입니다.
히로토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할 일을 하고, 마음이 가는 것에 다정하게 다가갑니다. 무엇이든 성취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피해 유유히 살아가는 인물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NHK 드라마 <매일, 휴일>의 히로토와 나츠미가 단층집 마당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NHK 홈페이지 갈무리
히로토가 여유를 담당한다면, 사촌 동생 나츠미는 귀여움을 담당합니다. 갓 대학에 입학해 만화가를 꿈꾸는 그는 어색할 때면 과장된 행동을 하곤 합니다. 대학 생활 적응이 어려워서 머리를 부여잡지만, 천천히 친구를 사귀어 나갑니다. 조그만 것에 걱정하고, 그러다가 또 기뻐하는 투명한 모습이 극에 활기를 더합니다.
한 편에 15분. 짧은 시간 동안 조금씩 히로토와 나츠미,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을 알아가게 됩니다. 마트, 서점, 낚시터, 지하철역, 대학 등 평범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인공들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높입니다. 사회가 정의한 성공을 향해 달리기보다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인물들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됩니다.
매회 맛있는 한 끼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야키소바, 돈가스, 회, 생선구이 등 ‘오늘은 이들이 무엇을 먹을까’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끼를 요리해 먹는다는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죠. 나 또한 오늘의 나를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솟아오릅니다.
총 20부작으로, 국내에서는 매주 월요일 한 편씩 공개되고 있습니다. 17일 기준 16부까지 공개됐습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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