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성장할 때, 부모도 독립해야 한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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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얻었나 싶은 생각에 요즘은 밤에 잠도 잘 못 잡니다.”
곧 60대에 접어드는 ㄴ씨는 최근 불면증이 심해졌다. 가장 큰 원인은 고등학생 아들과의 갈등이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인 만큼 애지중지 키웠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춘기부터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공부를 등한시하는 아이에게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는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대화는 번번이 말다툼으로 끝났다.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우울증까지 심해진 ㄴ씨는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 지난 세월이 모두 헛고생이었나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상담실에서는 이처럼 자녀와의 갈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를 적지 않게 만난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부모가 자녀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문제가 자리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의 실패를 자신의 실패처럼 받아들이고,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하면 삶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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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치료 이론에서는 이를 ‘자기분화’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자기분화란 가까운 사람과 정서적 유대를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구별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자기분화 수준이 낮으면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 대한 통제로 해소하려 하기 쉽다. 자녀는 이를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반복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자녀를 위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성공과 동일시하는 문화도 강하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의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모와 다른 생각과 욕구, 삶의 방향을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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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성장하면 부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지시하는 사람에서 조언하는 사람으로,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사람에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보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모의 불안을 앞세우기보다 자녀의 생각을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모도 자녀와 별개인 자신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자녀의 성적과 태도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고, 자녀의 성공만이 삶의 목표가 된다면 부모도 자녀도 지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일과 관계, 즐거움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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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자녀는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자녀가 어른이 되는 과정은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해가는 과정이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자녀를 믿고, 자녀의 인생을 자녀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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