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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6, 2026

20여년 세계 재난 구호 서정성 이사장 “국제사회에 진 빚 갚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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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왼쪽)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이 지진 피해를 본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서정성(왼쪽)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이 지진 피해를 본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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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 현장에 가면 솔직히 무섭죠. 하지만 피해 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극복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에서 아이안과를 운영하는 서정성(55)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은 지진, 홍수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재난 현장을 누비며 긴급 의료 지원과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으로도 재임 중인 그는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참사를 시작으로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2008년 미얀마 나르기스 사이클론, 2012년 필리핀 마닐라 대홍수와 이듬해 태풍 ‘하이옌’, 2015년 네팔 카트만두 지진, 2016년 인도네시아 아체 지진, 2018년 라오스 댐 붕괴, 2023년 튀르키예 지진, 지난해 미얀마 만달레이, 올해 베네수엘라 대지진까지 국제 긴급 구호에 앞장섰다. 또 2018년 미얀마 카렌족 난민촌, 2020년 대구 코로나19,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은 모두 달려갔다. 그가 속한 봉사단체 아시아희망나무는 국외 긴급 구호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미얀마, 필리핀 등에서 ‘광주진료소’를 운영하며 5·18 대동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가 예정된 1일 오전에도 대홍수 재난이 발생한 네팔을 돕기 위해 한창 전화 통화 중이었다. 아직 현장이 위험해서 직접 지원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찾아보고 있었다. 서 이사장은 “네팔은 아직 구조가 끝나지 않았고 협곡 마을들이 주로 피해를 당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에게 국제 구호에 나선 이유와 어려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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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모습.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모습.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지금까지 가 본 재난현장 중에서 가장 처참했습니다.”

최근 다녀온 베네수엘라 상황을 묻자 서 이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올해 6월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일대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7월3∼13일, 8월13∼18일 두차례 방문해 진료 지원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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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차례 국제 구호에 나선 그에게도 베네수엘라 현장은 접근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시몬 볼라바르 국제공항이 폐쇄된 것이다. 미국 뉴욕과 콜롬비아를 거쳐 베네수엘라 발렌시아 공항에 내린 뒤 차를 타고 2∼3시간 이동해 카라카스로 갔다. 카라카스에서 재해 현장은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다. 재해 현장까지 갈 때는 36시간, 올 때는 44시간이 걸렸다. 건물을 포함해 전기, 수도 공급 등 모든 게 무너져 있었다.

서 이사장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 의료 인력이나 취재진의 접근을 막아 베네수엘라 쪽 의사회를 통해 피해 지역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재해 현장에 가면 생수는 싸니까 넘쳐나는데, 베네수엘라는 긴급 구호팀들이 보이지 않고 재해민들이 소방차로 식수를 공급받고 있었다. 그 물이 깨끗하면 얼마나 깨끗하겠냐. 콜레라,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환과 피부질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휴대용 정수기 수백개를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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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를 당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구호 활동에 나선 아시아희망나무 긴급 구호팀 천막을 찾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지진 피해를 당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구호 활동에 나선 아시아희망나무 긴급 구호팀 천막을 찾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밤 10시까지 이어진 구호 진료 활동에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1차 방문 땐 의사는 혼자였지만 2차 방문 땐 고강열 정형외과 전문의가 함께했다. 차트를 쓸 새도 없이 진료에 나섰다고 한다. 어림잡아 1차 500여명, 2차 700여명을 치료했다. 서 이사장은 “긴급 환자들은 바로 처치 받을 수 있지만 만성질환자나 경증 환자들은 방치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 구호에 나서려면 현장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 간 현금성 지원은 실제로 피해 국민까지 이어지는지 파악할 길이 없고 베네수엘라 식수처럼 당장 해소해야 할 문제가 현장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의료 지원을 제대로 하려면 정부끼리 협의해 거점 의료센터를 만들어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재해국 국민이나 긴급 구호팀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재해민들은 외국 구호 인력들이 방문해준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버림받지 않았다고 여깁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을 때가 됐습니다. 그래야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긴급 구호에 나선 서정성(맨 앞)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긴급 구호에 나선 서정성(맨 앞)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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