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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31, 2026

유럽행 비행기 표는 왜 나중이 아니라 ‘지금’ 끊어야 할까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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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짧은 여행도 좋습니다. 하지만 긴 머무름은 그만의 매력이 넘칩니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낯선 도시에 머물며 여러 시행착오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배워가는 경험은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 없이 울림을 전합니다.

책 ‘지금, 가장 젊은 날의 유럽여행’의 홍은주 작가는 자녀를 키워낸 뒤 유럽에서 26개월을 보내며 오늘이 앞으로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기에 지금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일 뮌헨 / 사진 = 언스플래쉬

독일 뮌헨 / 사진 = 언스플래쉬

책은 ‘인생의 중반 이후,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합니다. 나이와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용기 내어 나서자고 말이죠. 여책저책은 저자의 책을 통해 막연한 동경 대신 현실적인 용기를 건넵니다.

지금, 가장 젊은 날의 유럽여행
홍은주 ㅣ 씽크스마트

사진 = 씽크스마트

사진 = 씽크스마트

호숫가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후를 떠올려 본다. 물결은 느리게 일렁이고, 곁에 앉은 사람과는 두런두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눈다. 시계를 볼 이유도, 다음 일정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책 ‘지금, 가장 젊은 날의 유럽여행’의 저자 홍은주가 유럽에서 가장 귀하게 배웠다는 시간이 바로 이런 오후다.

책은 질문 하나로 문을 연다. 당신의 가장 젊은 날은 언제인가. 저자의 답은 단호하면서도 다정하다. 바로 오늘이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오늘이 앞으로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북이라면 으레 “어디를 가라”로 시작하겠지만, 이 책은 “왜 지금 떠나야 하는가”부터 묻는다.

저자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먼저 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가 한계선이었다. 둥지가 비고 나서 빈둥지 증후군과 갱년기를 앓는 선배들을 보며 그는 마음속에 접어 둔 긴 여행을 꺼내 들었다. 해외살이 32년 가운데 유럽에서 보낸 26개월은 “나의 선택이었고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독일 뮌헨 / 사진 = 언스플래쉬

독일 뮌헨 / 사진 = 언스플래쉬

그 시간의 출발점은 독일 뮌헨이다. 2부 ‘어차피 인생이 여행이잖아’의 첫 장 제목인 ‘좌충우돌 뮌헨 정착기’에서 보듯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로 낯선 도시에 내려앉는 과정을 담았다.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이탈리아 베로나와 알프스 돌로미테, 신비를 품은 그리스 크레타 섬,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달려가는 북유럽, 낯설지만 익숙한 요르단까지 길이 이어진다. 한 번의 휴가로는 닿기 어려운 폭과 깊이다.

돌로미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장면이 인상적이다. 풍경을 소비하는 시선이 아니라 공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글 전체에 깔려 있다.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확장이라는 사실을 책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여 준다.

책 속에는 오래 곱씹게 되는 문장이 있다. 농담으로 다리가 떨릴 때 가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이다. 자유여행은 귀찮고,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는 선입견 앞에서 저자는 욕심내지 말고, 남이 간 여행을 따라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하다며 어깨를 두드린다.

이탈리아 피렌체 / 사진 = 씽크스마트

이탈리아 피렌체 / 사진 = 씽크스마트

그 철학은 로마 편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아이들과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에서 저자는 시내 에어비엔비에 짐을 풀었다. 호텔보다 집처럼 여유로운 공간이 가족에게 알맞았기 때문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스페인 광장을 걸으며 달콤한 젤라또를 입에 물고 로마를 누빈다. 그리고 과감하게 피렌체를 뺐다. 기차로 두 시간이면 닿는 데다 우피치 미술관의 명작이 즐비한 도시지만, 짧은 일정에 아이들이 지루해할 것을 염려한 선택이다.

여행은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 내는 일이라는 깨달음이 여기서 나온다. 사진을 배우는 저자의 선생님은 “욕심내지 말라(Don’t be greedy)”고 했다. 이것도 저것도 담으려는 카메라에는 어느 하나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행도 같다. 시간과 체력을 헤아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을 정하라는 조언이 가이드북의 어떤 맛집 리스트보다 든든하게 와닿는다.

이 책이 마냥 감성에만 기대는 건 아니다. 3부 ‘스마트한 여행 전략’은 중요한 어플과 친해지는 법, 교통편, 숙소 예약과 숙소별 장단점, 예약이 필요한 장소와 활동, 여행의 기술을 차례로 정리했다. 1부에서는 중년에 떠나는 유럽 자유여행의 열 가지 이유를 풀어 놓고, 4부에서는 독자가 직접 나만의 여행 계획을 짜 보도록 이끈다. 읽고, 배우고, 마지막엔 손으로 써 보는 구성이다.

요르단 암만 / 사진 = 언스플래쉬

요르단 암만 / 사진 = 언스플래쉬

저자는 현지 지식 가이드 투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자유여행의 어려운 대목은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덜고, 그 지역의 해박한 이야기는 덤으로 얻으라는 것이다. 모든 걸 혼자 해내야 자유여행인 것은 아니라는 조금은 의외이면서 참 현실적인 조언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많이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같이 간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한다. 의견이 조금 달라도, 식성이 달라도 서로 맞추면 힘든 여행도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청심환을 챙겨 다니며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일화를 떠올리며, 유쾌하고 명랑한 동반자가 돼 보자고 권한다. 역할을 조금씩 나누고 서로를 이해한다면 유럽 자유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 이어진다.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강원도 영월 탄광촌 모운동, 운탄고도 2길 종점이자 3길 시작점에 복합문화공간 ‘유이당’이라는 작은 점 하나를 찍는 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담아 나와 가족을 넘어 더 큰 회복과 치유를 나누는 공간이다. 쉰에 독일에서 쉼을 얻었다면 예순에는 꿈을 나누고, 일흔에는 또 어떤 목표가 될지 기대된다는 문장에서 여행이 한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데려가는지 엿보인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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