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별세…향년 74세
데뷔작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무라카미 류(본명 무라카미 류노스케)가 지난 17일 별세했다고 일본 출판사 겐토샤가 엑스에서 23일 알렸다. 아사히신문은 “현대 사회와 정치의 모습을 날카롭게 응시한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 작가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향년 74세.
무라카미는 1952년 2월19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다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발표했다. 도쿄도 훗사시 미군기지에 모여들어 술과 마약, 폭력과 섹스를 탐닉하는 청년들의 무료함과 상실감, 소외를 다룬다. “나락으로 떨어진 자기상실 상태에서 인간 본연의 자세로 회귀하는 모습”(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을 그렸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책은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일본 신세대 저항정신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1987년 발표한 <69 식스티 나인>은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고조되고 히피들이 ‘사랑과 평화’를 외치던” 1969년이 배경이다. 그해 미군기지 도시인 사세보의 사세보키타고를 다닐 때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했다가 무기한 근신 처분을 받은 경험과 추억을 소설에 녹였다. 같은 해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더블 무라카미’로 불렸다.
2005년 <반도에서 나가라>로 노마문예상과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북한 특수부대가 후쿠오카를 장악한다는 가상 상황을 배경으로 경제 침체와 정치적 무기력에 빠진 일본 사회를 묘사한다.
영화감독, 공연 기획연출자, 스포츠 리포터, TV 토크쇼 사회자, 라디오 DJ, 화가, 사진작가, 세계미식가협회 임원 등으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는 록밴드 멤버였다. 1990년대 쿠바 음악을 알리고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다.1996년 쿠바문화공로상을 받았다. 2001년엔 친구이자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가 주도한 지뢰제거·반전 운동 단체 노 모어 랜드마인스에 참여했다.
한국 팬도 많다. 1998년 1월엔 신해철, 이소라 등 문화예술인 23명이 무라카미에 관해 쓴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가 나오기도 했다. 같은 달 무라카미는 한국을 방문해 신해철과 대담을 진행했다.
무라카미가 배우 고이케 에이코와 함께 2006년부터 20년간 진행을 맡은 경제 프로그램 <캄브리아 궁전> 제작사 TV도쿄도 추도문을 냈다. TV도쿄는 “한 번도 프로그램을 쉬지 않고 1000명이 넘는 게스트를 초대해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냈다”며 애도했다. TV도쿄는 “올해 3월26일 진행자에서 물러날 때 ‘작가는 죽지 않는다. 다만 떠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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