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는데 예술로 먹고살 수 있나요”…100년전에도 똑같이 말했다 [Book]

“다윈!” 객석에서 누군가 명사의 이름을 외치면 소녀의 모습을 한 인형이 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펜 소리가 이어지고 종이 위에 수염이 덥수룩한 노학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1877년 영국 런던 이집션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자동인형 ‘조이’다. 당시 조이는 지능을 가진 기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무대 밑에 숨은 사람이 그 손을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림을 그리고 곡을 쓰는 기계는 더는 속임수가 아니다. 카페에서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공지능(AI) 생성곡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오고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AI로 만든 숏폼 영상이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인간적인 일로 여겨진 창작마저 AI가 해내면서 예술가를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와 공포도 커진다.
신간 ‘언캐니 뮤즈’는 자동인형에서 AI까지 기계와 예술이 얽혀온 역사를 차분히 따라간다. 책의 미덕은 AI 예술을 반기거나 경계하는 쪽으로 서둘러 결론 내리지 않는 데 있다. 저자인 음악평론가 데이비드 헤이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책이 원래 AI 연구 현장을 실시간으로 취재하는 기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갈수록 연구실 최신 소식보다 기계와 예술이 맺어온 오랜 관계에 대한 물음이 더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책이 그리는 역사는 넓고도 구체적이다. 기계에 빗대 인간을 이해하려 한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와 홉스부터 사람 손으로 칠 수 없는 곡을 연주한 자동 피아노, 기계음 자체를 미학으로 삼은 하우스·테크노 음악까지 넘나든다. 음악가와 기술 혁신가를 인터뷰하고 나이트클럽과 크리스티 경매장까지 찾아다닌 취재가 곳곳에 배어 있다.
그 역사 속에서는 새 기계가 등장할 때마다 의심과 반발이 뒤따랐다. 1911년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기사는 자동 피아노가 정확성에서 사람을 앞서지만 “인간 해석자의 매력과 아름다움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썼다. 그러나 자동 피아노는 흑인 음악인 래그타임을 미국 가정 곳곳에 퍼뜨리며 곡을 짓는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신시사이저 역시 악기 소리를 흉내 내는 데서 나아가 세상에 없던 소리를 만들어냈다.
책이 이런 장면들로 보여주는 것은 새 기술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계와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변해왔다. 제목처럼 기계는 늘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뮤즈였고 AI는 그 가장 새로운 얼굴일지 모른다. AI를 둘러싼 소란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책이다.
데이비드 헤이두 지음, 노승영 옮김, 까치 펴냄
에디터 픽 추천기사
-
암탉 역대최대…'금값' 계란에 사육급증
-
금리 인상 잠시 멈춘 한은 … 기준금리 3%로 동결
-
상조회사 선수금 투자에 제동 … 공정위, 소비자보호지침 시행
-
원화 실질가치 3개월새 11.7% 껑충 …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최대 상승
-
산업硏 "석유 최고가격제 휘발유값 239원 안정효과"
나만의 AI 비서
핵심요약 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요약 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간 '언캐니 뮤즈'는 자동인형에서 AI까지 기계와 예술의 얽힌 역사를 탐구하며, AI 예술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저자 데이비드 헤이두 교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새롭고도 섬뜩한 기계가 예술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본다.
이 책은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예술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