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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 2026

요배(遙拜): 멀리서 절하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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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2월11일,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 있던 조선 전역에서 일왕이 사는 도쿄 방면을 향해 1분간 허리 굽혀 절하는 ‘궁성요배’가 실시됐다. 이를 알리는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의 4일치 2면 기사에는 ‘一分間宮城遙拜’(1분간 궁성요배)라는 큰 한자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일정을 알리고 있다.

“황기 2590년의 기원절(한국의 개천절에 해당하는 일본의 기념일)을 중심으로 실시되는 일본정신발향주간은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의 제1회 사업으로 오는 8일부터 실시될 것인데, 이주간의 11일 기원절 날에는 오전 9시를 기하야 ‘국민봉축의 시간’으로 정하고 2300만 민중은 일제히 1분간의 궁성요배를 실시하기로 되었다.”

총독부의 일본어판 기관지인 ‘경성일보’의 사흘 전(1일치) 지면엔 사람들이 ‘황거요배’인지 ‘궁성요배’인지 헷갈려 하자, 용어를 ‘궁성요배’로 통일한다는 ‘알림 기사’도 실렸다. 궁성요배는 이후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의 적극적인 관제 운동의 결과 모든 국민이 아침에 실시해야 하는 ‘성스러운’ 일과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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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요배 시간을 알리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사용한 방법은 ‘사이렌’이었다. 거리에서 ‘뚜우~’ 하는 소리가 나면, 사람은 물론 자동차·마차까지 멈춰 도쿄가 있는 동쪽을 향해 허리를 굽혀야 했다. 당시엔 이렇게 사이렌을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요절한 시인 이상(1910~1937)은 소설 ‘날개’(1936)에서 ‘몽롱한 것이 아스피린(해열제) 때문인지 아달린(수면제) 때문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이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서 ‘정오의 사이렌’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요배란 ‘멀리서 절을 한다’는 뜻이다. 낯선 이 단어를 불쑥 꺼내 놓는 이유는 광복절이던 지난달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연출한 기괴한 모습에 진심으로 당혹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외교 파장을 우려해 야스쿠니신사를 차마 참배할 수 없었던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오로 예정된 정부 추도식에 참석하기 전 행사장인 일본부도칸 주차장에서 북서쪽을 향해 섰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곳에서 500m쯤 떨어진 신사를 향해 두번 절을 하고 두번 박수를 친 뒤 다시 한번 절을 하는 ‘나홀로 요배’를 감행했다. 이 모양이 우스꽝스러워 보인 게 한두 사람은 아니었던 듯 아사하신문은 이틀 뒤인 17일 “어쩐지 얄팍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인가”라고 한탄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꼭 기억해 두자는 뜻에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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