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는 묶었는데 민심은 못 묶었다…전남광주 100일

반도체·군공항 해법은 성과…시민 체감·갈등 조정은 아직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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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남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통합 100일, 전남광주는 하나가 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광주의 군공항 부지에 전남의 전력과 물을 끌어와 반도체 산업을 설계했고, 군공항 이전 문제는 무안 개발계획과 함께 풀기 시작했다.
광주 반도체 기업의 폐수 문제를 전남 장성군의 시설로 해결하는 해법도 내놨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커졌다. 정부가 약속한 통합 재정지원 20조원의 배분 방안을 구체화했고,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옛 광주와 전남 두 시도의 몫을 함께 요구할 명분을 마련했다.
지난 100일 동안 하나 된 전남광주는 따로였던 자원과 이해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해법으로 묶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합의 힘은 결국 따로 있을 때 갖지 못했던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데 있었다.
하지만 전남광주는 통합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보여줬어도, 통합 뒤 어떻게 함께 움직일지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는 못했다.
의대 선정은 다시 동·서 갈등을 불러 법정까지 갔고, 조직·인사와 공공기관 통합은 지역 간 갈등과 내부 반발을 낳았다.
시민들은 여전히 사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교통·복지·주거 제도를 마주하고 있다.
100일 만에 모든 갈등이 사라질 수는 없다.
수십 년간 다른 조직과 제도 속에서 살아온 두 지역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이해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통합 초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이, 계속되는 혼선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통합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풀고 통합시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는 오롯이 통합시장의 몫이다.
이 때문에 100일을 지나며 눈여겨볼 것은 민형배 시장이 갈등과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다.
민 시장은 자신에게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며 속도보다 방향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의심 어린 시선에는 '학습된 회의론'이라는 표현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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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성과를 내려면 방향을 정확히 잡고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해할 만하지만, 통합시를 향한 여러 질문과 비판을 단순한 속도에 대한 조급함이나, 회의론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시민 개개인에게는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지역과 조직,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려는 요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민이 민 시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돌파형' 리더십만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이견을 풀어가는 '통합·설득형' 리더십이다.
민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내건 '시민주권' 역시 이런 순간에 시험받는다.
이미 결정한 정책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논의 중인지, 쟁점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결론을 내릴 것인지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도 있다. 그러나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개하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사안도 있다.
회의론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정과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통합시가 경계해야 할 것은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조정되지 못한 채 불신으로 굳어지는 일이다.
통합 100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짧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원칙으로 문제를 풀 것인지를 보여주기에는 절대 짧지 않다.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하나가 된 힘의 크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품고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민 시장은 최근 강연에서 기업과 대학, 언론, 시민사회가 함께 뛰어 투자 기업들이 "전남광주에 오길 잘했다"고 느끼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시민의 동참은 주문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변화의 방향을 납득할 때 따라온다.
투자 기업이 "전남광주에 오길 잘했다"고 느끼게 하려면, 시민부터 "통합하길 잘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거기에 통합 100일 이후 민 시장과 통합시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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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05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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