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산했는데 로봇에게 팁까지?”…美 무인매장의 황당한 청구서

미국 보수 논객 마이클 놀스는 최근 공항 매장에서 탄산수 한 병을 사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무인 계산대에 바코드를 찍었더니, 4.29달러인 물값에 팁을 추가하겠느냐는 화면이 나타난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7일(현지 시각) 그가 공개한 영상에 “팁은 사람에게만 준다” “내가 대신 일했으니 오히려 할인해줘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고 전했다.
사람의 일을 기계와 고객에게 맡기는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미국의 팁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 손님은 주문부터 계산까지 직접 하는데, 결제 화면은 여전히 서비스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누가 서비스를 했고 팁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둘러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뉴저지주 뉴어크공항에서도 의사 클레이 모스가 무인 계산대에서 물을 사려다 팁을 요구받은 영상을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항을 관리하는 뉴욕·뉴저지항만청까지 나섰다. 항만청은 “무인 계산대에 팁 요청 화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운영사에 해당 기능을 즉시 없애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계산뿐 아니라 음료 제조를 맡은 로봇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스베이거스의 ‘더 팁시 로봇’은 로봇 팔이 칵테일을 만드는 술집이다. 외식 전문매체 네이션스레스토랑뉴스는 이곳이 음료값에 10% 서비스 요금을 자동으로 붙여 고객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선택해서 내는 팁과 달리 로봇에게 주문하면 붙는 요금이었다. 업체는 직원 8명이 주문 안내와 신분증 확인, 술병 교체, 청소 등을 맡고 있으며 요금은 관리자를 제외한 직원들에게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꺼내도 사정은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관객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직접 꺼낸 뒤 계산할 때 팁을 요구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구장 측은 “매점 결제 시스템에 팁 안내가 자동으로 뜬다”면서 “고객은 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받은 팁은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객 반발에 방식을 바꾼 기업도 있다. 로봇 바리스타를 운영하는 아틀리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카페와 제휴 매장의 결제 시스템에서 팁 요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대신 직원들의 팁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시급을 1.50달러 올렸다. 회사는 기존 팁도 청소와 음식 제공, 환불 처리, 로봇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전액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이후에도 남는 노동의 대가를 회사가 임금으로 부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느냐다. 팁 문화를 연구하는 마이클 린 코넬대 명예교수는 BBC에 좋은 서비스를 보상하거나 저임금 노동자를 돕고, 상대의 눈치를 보느라 팁을 주는 동기는 로봇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팁을 강제로 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기업들도 이를 깨닫고 팁 요구를 확대하는 시도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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