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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0, 2026

“나는 수련 중인 수도승”… 어느 ‘자폐’ 소년의 성장담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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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를 만져보면 l 박주환 지음, 문학동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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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할 수 없는 대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는다.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고, 서운해하고, 금세 다시 웃어버리는 모습을 나는 조용히 듣는다. 나는 대나무숲이다.”

중증 자폐스펙트럼으로 감각장애와 실행증(근육 마비나 이해력 결함이 없으나, 대뇌 손상으로 이미 학습된 동작 순서를 수행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장애)을 가진 소년 박주환은 필담으로 세상을 만난다. 스스로를 친구들의 “대나무숲”이라고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중3 소년은 자폐 너머의 자신을 봐주길 바란다고 책에 썼다. 한 글자를 쓰기 위해 하루 4시간씩 닷새를 꼬박 연습하기도 하고, 한 단어를 타자로 치기 위해 같은 자판을 반복해 두드려야 하는 스스로를 그는 “수련 중인 수도승 같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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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펴낸 에세이 ‘빛과 소리를 만져보면’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중증 자폐를 가진 10대가 직접 써 내려간 자전적 기록이다. ‘자폐’의 닫힌 문 안쪽에 풍요로운 내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로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이 있다. 그가 말과 그림으로 자신의 경험을 알린 것처럼 작가 박주환은 한땀 한땀 글자를 눌러쓴 글과 그림으로 이제 막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자폐라는 필터 없이 ‘박주환을 봐 달라’는 당부에도,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마음을 처음으로 엿보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기 전부터 강박으로 시작하는 소년의 하루는 특히 생생하다. 방문이 조금만 열려 있어도 그 틈새는 소년에게 큰 소리로 “이상하다!”고 외친다. 삐딱하게 놓인 의자가 눈에 띄면 탁구 경기를 할 수 없을 만큼 눈에 거슬린다. 급식 시간에 누군가의 식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소리가 빛처럼 날아와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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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책은 세상을 더 깊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소년의 풍요로운 성장담이기도 하다. 소년은 반장 선거에 출마해 “버! 버! 버! 버!”로 시작하는 소견을 발표하고, 반장에 당선된 뒤에도 낙선한 친구에게 어떻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린다.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릴 때”다. 훈련으로 장애를 넘어 자전거를 타고 훨훨 날아갈 때 “기쁨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고 소년은 적었다. “지금도 자라고 있는 이 작은 씨앗이 언젠가 나만의 숲이 될 것”이라고 믿는 소년의 당찬 예고는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힘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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