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에 생긴 햄버거 개발실의 정체...K버거의 진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 거리에 있는 2층짜리 벽돌 건물. 지나는 사람들은 1층 큰 유리창 너머로 공사 중인 대형 조리 시설들을 들여다봤다. 고급 식당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버거킹코리아의 새 제품 개발실 ‘버거킹 플레임랩(Flame Lab)’이다. 버거킹코리아 직원들이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체험형 공간이다. 말하자면, ‘맛있는 버거’의 연구실인 셈이다. 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외국인과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익선동에 ‘보이는 연구실’이 들어선 건 햄버거 경쟁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물가 속에서 햄버거가 단순한 ‘한 끼 때우기용 식사’가 아닌 ‘제대로 된 가성비 한 끼’로 대접받으면서, 버거 브랜드들은 기존에 없던 색다른 제품과 매장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햄버거 레시피를 해외에 전수하는 ‘레시피 수출’도 활발하다. K푸드 열풍과 함께 K버거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간편식인 줄 알았는데...‘버거 코스 요리’도 등장
햄버거 업계는 정형화된 기존 제품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버거킹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 ‘플레임 그라운드’에서는 ‘햄버거 코스 요리’를 판매한다. 대표 메뉴인 ‘와퍼’의 번과 패티, 채소 등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해체해 만든 코스 요리다. 파인 다이닝 출신 셰프가 조리하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버거킹의 ‘플레임 그라운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매장이다.

아침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맥도날드의 ‘맥모닝’과 롯데리아의 ‘리아모닝’이 아침 버거의 대명사였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부터 서울 노브랜드 버거 성수랩점에서 ‘베이컨 포테이토 에그 모닝’ ‘머쉬룸 치즈 에그 모닝’ 등 조식 메뉴 2종을 판매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가 아침 시간대 전용 메뉴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거킹도 크루아상 빵에 오믈렛, 잠봉햄, 치즈 등을 넣은 ‘크루아상위치’를 아침 메뉴로 내놨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버거 신제품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맥도날드의 경우 2024년 38종이었던 신제품이 올해는 1~9월에만 40종으로 늘었다. 아침 메뉴인 맥모닝(7종→9종), 디저트(1종→3종) 등에서 신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버거킹(17종→38종), 맘스터치(12종→22종) 등도 신제품 출시가 크게 늘었다.
차별화된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맘스터치는 작년 5월 R&D 센터를 본사가 있는 명동 인근으로 확장 이전했다. 롯데리아는 자사 앱 ‘롯데잇츠’의 VVIP 회원을 초청해 시식회를 진행하며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의 맛... 고추장 버터 소스는 아시아 13국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한국식 버거’의 해외 진출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대만 맥도날드는 한국맥도날드의 ‘창녕갈릭 버거’ 레시피를 활용한 신메뉴 2종을 출시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가 해외로 확장된 첫 사례로, 경남 창녕군에서 재배한 마늘로 만든 소스가 대만으로 수출됐다. 중국·홍콩·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13국은 한국맥도날드가 개발한 ‘고추장 버터 소스’를 활용해 한국풍 버거를 내놓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다른 국가의 맥도날드 지사들과 ‘한국의 맛’ 메뉴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버거킹이 한국에서 개발한 ‘콰트로치즈와퍼’는 미국, 중국 등 7국에 출시됐다. ‘큐브스테이크와퍼’ 역시 일본으로 수출된 대표 사례다. 최근에는 완제품 수출을 넘어 버거의 핵심 재료나 소스를 해외에서 참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버거킹은 한국 ‘트러플머쉬룸 와퍼’의 재료인 모둠버섯을, 중국 버거킹은 한국산 불고기 소스 맛을 연구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국내 대표 메뉴를 현지 식문화에 맞게 변형해 선보이고 있다. 유제품 소비가 많은 일본에서는 ‘치즈싸이버거’를, 싱가포르에서는 현지에서 대중적인 블랙페퍼 소스를 활용한 ‘슈퍼싸이버거’를 내놔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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