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경 아예 안 보이는 선천성 난청이라도··· 인공와우 수술로 청각 발달 가능성 보인다
검사에서 청신경이 발견되지 않은 난청 환아에게도 청각 발달 가능성을 제시한 접근법이 나왔다. 게티이미지
소리를 전달하는 청신경이 아예 발견되지 않는 심한 선천성 난청 환아도 인공와우 수술과 함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복합적 접근법을 적용하면 청각 발달 가능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정수지 전임의 연구팀은 청신경이 결손된 환아를 대상으로 인공와우 수술·재활 전략을 종합한 ‘EMPES 접근법’의 효과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이과·신경이과학(Otology & Neurotology)’에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1~2024년 청신경 무형성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1년 이상 경과를 관찰한 36명을 EMPES 접근법 적용 여부에 따라 두 집단으로 나눠 최대 48개월간 비교했다.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이 선천적으로 가늘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를 ‘청신경 결손’이라고 한다. 소리를 감지하거나 전달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선천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중 많게는 18%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아예 보이지 않는 가장 심한 상태는 ‘청신경 무형성’이라고 따로 분류하는데, 그동안은 대체로 인공와우 수술을 권장하지 않았다.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에 전극을 넣어 신경에 소리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치료여서 해당 청신경이 없는 상태라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MRI 검사만으로 청신경의 유무를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치료 방침은 인공와우 수술을 먼저 시행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인공와우 수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청신경이 정상인 환아들에게 청각·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세 가지 방법을 EMPES 접근법이란 이름으로 묶어 청신경 무형성 환아에게 적용했다. 그 방법이란 가능한 이른 시기에 수술하고, 전극을 신경이 모여 있는 달팽이관 중심축에 최대한 밀착시켜 삽입하며, 수술 24시간 이내에 기기를 켜는 것이다.
연구 결과, 먼저 수술 중 전극으로 청신경을 자극해 전기 반응(ECAP)이 나타나는지 확인해보니 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던 환아에게도 반응이 확인됐다. 특히 전극을 달팽이관 중심축에 가깝게 위치시킨 경우 반응이 나타난 지점이 더 많아졌다. 수술 후 소리에 대한 반응과 말소리 이해 수준을 단계별로 평가하는 청각수행력 검사(CAP)를 시행한 결과 역시 EMPES를 적용한 환아(2.79점)의 평균 점수가 비적용 환아(1.67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청각 발달이 더뎌 1년이 지나도 말소리에 반응하지 못한 환아의 비율 역시 크게 EMPES 적용 환아군에선 24명 중 1명이었으나, 미적용 환아군에선 12명 중 6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EMPES 적용 후 48개월까지 장기 추적 관찰한 6명은 입 모양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검사에서 제시된 단어 중 10~50%를 정확히 따라 말할 수 있었다. 다만 연구진은 EMPES를 적용한 인공와우 수술 후에도 청신경 무형성 환아의 언어 발달이 다른 난청 환아들보다 전반적으로 느린 것은 사실이며, 연구에 참여한 환아 수가 적은 만큼 추가적인 검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병윤 교수는 “청신경 무형성은 인공와우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질환이었지만 EMPES 접근법은 이들 환아들에서 언어 발달 시기의 청각 발달을 앞당기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며 “인공와우 수술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뇌간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청성뇌간이식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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