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Monday, October 5, 2026

왜 사람 아니라 AI가 만든 페르소나에게 물었나

Translate

광고

스무해 전 조사 전문가로 일하기 시작할 때 처음 들은 말이 있다. “응답자는 사람이다.” 설문지 문장 하나를 고치느라 며칠을 보내는 것도, 전화 응답률이 떨어질 때마다 방법을 다시 짜는 것도 전부 사람이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따지기 때문이다. 서베이는 사람에게 묻는 일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살았다.

몇 해 전부터 에이아이(AI)로 ‘가상의 응답자’를 만드는 ‘신세틱 서베이’가 등장했다. 관심 갖고 공부하면서 올해 책(‘신세틱 서베이: AI 서베이’·커뮤니케이션북스)도 한권 냈다. 그런데 책을 쓰면서도 실제 조사에 어떻게 활용할지 답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흥미롭긴 한데 ‘사람이 답하지 않은 걸 믿을 수 있겠냐’며 반신반의했다.

광고

이런 의문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이번에 시니어들의 에이아이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신세틱 서베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심층 조사를 위해서였다.

광고

광고

시작은 정량조사로는 설명되지 않은 대목이었다. 한겨레와 오피니언즈가 지난 8월21~25일 만 60~74세 532명에게 물은 ‘시니어의 AI 인식조사'에는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에이아이를 배우고 싶다’는 응답은 95%인데 ‘교육비는 무료여야 한다’는 답이 절반을 넘었다. 왜 그런지는 설문으로 알 수 없다. 사람을 만나 다시 물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조사 참여자에게 다시 연락하면 응하는 비율이 3% 안팎이다. 더 중요한 건 그 3%가 누구냐는 거다. 시간 여유가 있고, 주제에 관심 있고, 낯선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 사람이다.

에이아이에 관심 없는 사람이 에이아이 관련 인터뷰를 할 리 없다. 초등학교만 나와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쓰는 사람도, 생계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도움 받을 곳 없는 사람들도 답하기 쉽지 않다. 정책이 최우선으로 닿아야 할 사람들이 먼저 빠진다. 사람에게 묻는다는 원칙을 지키면 정작 물어야 할 사람에게는 못 묻는다.

광고

‘답할 수 있는 대상에게 묻자’. 신세틱 서베이가 겨냥한 대목이 이거였다. 원칙을 정했다. 첫째, 가상의 응답자는 앞서 실시한 정량조사를 바탕으로 만든다. 둘째, 질문은 모두 사람이 만든다.

일단, 응답자를 유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노출도, 2가지 변수로 5가지 유형을 도출해냈다. △AI 사용 경험 있고 기대도 크다 △써봤으나 미덥지는 않다 △아직 못 써봤지만 관심 있다 △사용엔 신중하나 배울 뜻은 있다 △써본 적 없고 관심도 없다.

응답자 532명 가운데 이 5가지 유형에 맞춰 성별·학력·연령·거주형태 등을 기준으로 20명을 골랐다. 그들의 답변을 모두 클로드(모델 페이블5) 프로젝트에 입력하고 80분간 90~110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침’은 이렇게 정했다. “설문에서 고른 답을 바꾸지 말 것. 설문에 없는 내용을 말할 때는 표시할 것. 답과 답이 어긋나 보여도 감추지 말 것. 정리된 문장으로 답하지 말 것.”

사람이 만든 질문에 에이아이가 한 일은 답과 답 사이를 잇는 것이었다. 이런 식이다.

광고

조사자가 궁금한 지점을 페르소나는 명확히 짚어냈다. 로봇이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자 혼자 사는 사람으로 설정된 페르소나는 답했다. “그분들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겠죠. 나는 없어요.” “응급기기 사용을 남들 시선 때문에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응답자는 말했다. “늙어 보이는 게 문제예요? 죽는 게 문제지.”

에이아이와의 대화에선 나름의 ‘논리적 절제력’도 나타났다. 가상의 응답자들을 묶어, 여러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시도하려고 하자, 에이아이는 거절했다. 여러 명이 함께 대화하면 눈치 보고 끼어들고 입다무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시니어 설문조사에선 이를 만들 근거가 없다는 답이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에이아이가 내놓은 답변엔 그동안 학습한 글의 편향이 섞여 있다. 무엇이 나오든 그럴 듯하게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에이아이 특성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을 수도 없다.

허지만 이번 조사는 ‘시니어와 에이아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에이아이 기술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 노인들에게 유용한 기술은 무엇일까? 비록 ‘합성’한 피와 살이지만 설문조사의 뼈대에 입히면 정책의 틀을 짜는데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공인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해 보도한 첫 신세틱 서베이니만큼 이번 조사가 비판적으로 주목받길 바란다. 질문의 길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므로.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