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풍미를 동시에…미래 식량 안보 이끌 ‘효모’
송노을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인류 역사에서 효모는 오랫동안 술과 빵을 만드는 발효 보조제였다. 알코올과 탄산을 만들고 나면 분리해 제거하거나 식품 속에 미미하게 포함된 부재료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오늘날 효모의 가치는 단순한 발효제 이상이다. 건조한 효모의 50% 이상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고단백 식량 자원이다. 베타글루칸과 글루타치온, 비타민 B군을 비롯해 면역과 항산화에 유용한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큰 강점이다.
오늘날 기후위기와 가축 전염병, 공급망 불안으로 기존 축산업 중심의 단백질 공급 체계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토지와 물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단백질이 차세대 대체 단백질이자 미래 식량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효모는 뛰어난 단백질 공급원일 뿐 아니라 기존 식물성 대체식품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낯선 냄새, 즉 ‘이취’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효모는 글루탐산과 같은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5’-뉴클레오타이드(5’-Nucleotide) 등 풍부한 감칠맛 성분을 통해 풍미를 돋우는 천연 향미증진제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효모의 시스테인과 글루타치온은 가열 과정에서 당과 반응해 고기를 구울 때 생성되는 맛있는 ‘고기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성되는 ‘2-메틸-3-푸란티올’ 같은 황 함유 화합물이 대표적이다. 효모는 단백질과 맛을 돋우는 풍미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드문 소재다.
물론 효모를 우수한 식품 단백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기술적 관문을 넘어야 한다. 베타글루칸과 만난(Mannan) 등으로 단단히 결합된 세포벽은 체내 소화 흡수를 방해한다. 또 급속하게 증식하는 미생물 특성상 높은 핵산의 축적은 체내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고온 열처리나 강한 화학적 분해 방법을 썼기 때문에 단백질 변성과 열에 취약한 비타민 B군 파괴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압 균질화나 초음파, 효소 분해 기술을 통해 단백질 변성을 막고 핵산을 안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하는 정밀 정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고영양·고소화율을 갖춘 효모 단백질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시장에서는 효모를 활용한 미생물 단백질 제품의 상용화가 본격화하고 있으며, 효모 추출 단백질과 천연 풍미 소재를 결합한 다양한 식품 소재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식품 소재 기업들도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을 확대하면서 효모의 활용 범위는 단순한 발효 소재에서 고부가가치 단백질·풍미 소재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토착 효모 자원의 발굴과 정밀발효 기반의 대체 단백질 소재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연구 단계를 넘어 대량 생산 공정 확립과 산업 현장 상용화로 나아가는 산업 기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여전히 대다수 소비자에게 미생물 단백질은 낯선 식품 소재다. 그러나 세포 추출 및 정제 기술로 안전성과 영양을 극대화하고, 효모 고유의 풍미 증진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한다면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발효 종균으로 주로 사용되던 효모가 이제 국가 식량 안보를 책임질 단백질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 발효 자원에 단백질 전환 기술과 정밀발효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식량 주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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