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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금만 쟁여 놓으면 부자 될 줄 알았다”…욕심에 무너진 인류의 역사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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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세기 경 리디아 왕국에서 금과 은을 합금해 제조된 세계 최초의 주화 ‘스타테르’. [21세기북스]

기원전 7세기 경 리디아 왕국에서 금과 은을 합금해 제조된 세계 최초의 주화 ‘스타테르’. [21세기북스]

인간은 필멸의 존재다. 그렇기에 영원불멸을 갈망한다. ‘금(金)’을 사랑하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쉽게 변하거나 녹슬지 않고 광채를 내뿜는 황금의 성질에 인간은 저마다의 욕망을 투사해왔다. 금을 매개로 신과 만나고, 영원한 권세를 꿈꿨으며,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려 했다. 그에 맞춰 금은 장신구, 화폐, 금괴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꾸며 인간의 삶을 구성해왔다. 인류와 동행한 금의 역사가 곧 인간 욕망의 변화상을 비추는 거울인 이유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앨런 에레이라의 저서 ‘금의 역사’는 “금이 우리에게 무엇을 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과 함께 약 7000년에 걸친 금과 인간의 관계를 추적한다.

시작은 ‘신성(神聖)’이었다. 1972년 흑해 연안의 바르나 지역(현재 불가리아 영토)에서 왕의 무덤이 출토됐다. 기원전 4500년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 누워 있는 남성은 전신에 걸쳐 금으로 치장한 채 왕권의 상징물인 왕홀을 들고 있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페루 지역 등에서도 비슷한 유물이 발견된다. 왜 그럴까. 금 장신구는 신이 통치자에게 부여한 성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귀금속 보유는 곧 ‘천부적 지배권’의 확보였다.

이후 금은 ‘화폐’로 기능하면서 세속의 욕망을 표상하게 됐다. 기원전 7세기께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리디아 왕국이 금과 은을 섞은 세계 최초의 주화를 고안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금은 이제 명백히 ‘부’를 상징했다. 제국을 꿈꿨던 군주들에게 실탄이 돼줄 금을 둘러싼 쟁탈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로마 공화정을 끝장낸 카이사르는 군대에 지급할 금을 확보하기 위해 갈리아(현 프랑스 지역)와 이베리아 반도의 도시들을 약탈했다. 15~16세기 대항해시대 부국강병에 몰두한 스페인 왕실은 금 약탈을 장려했다. 피사로, 코르테스 등 왕실의 후원과 인가를 받은 정복자들은 황금을 위해 멕시코 아즈텍 문명, 페루 잉카 문명을 멸망시켰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금에 대한 탐욕의 후과는 컸다. 가령 영토를 넓힐수록 더 많은 금이 필요했던 로마 제국의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아무리 주변국을 침략해도 확보할 수 있는 금의 양엔 한계가 있어서다. 아메리카 약탈을 장려한 스페인에 밀려든 황금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수출이 위축되고 막대한 국가 부채에 신음하던 스페인은 이후 몇 세기 동안 빈국으로 전락했다. “금을 열심히 수집한 역사적 인물들은 결국 금이 가치를 파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날 어떤 국가도 금화를 일상적 화폐로 쓰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영국을 중심으로 도입된 금본위제(금을 기준으로 통화가치를 고정하는 제도)도 1973년 주요국의 변동환율제 전환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은 더 폭주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지난 7000년간 채굴한 금의 양보다, 최근 35년간 캐낸 금의 양이 두 배가량 많다. 첨단 반도체 회로와 통신 장비 등에 필요한 금의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저자는 주요 원인을 ‘불안’이라고 짚는다. 최근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에 놓이면서 각국이 사상 최고의 속도로 금을 축적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금의 영토가 불안을 양분 삼아 확장되는 동안 채굴로 인한 기후변화, 환경 파괴, 물 고갈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21세기 ‘금 수집’은 어떤 후과를 낳을까. 불멸을 향한 욕망은 또 한번 파멸을 부를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금은 분명 우리 생활의 일부다. 그리고 그 파괴적인 힘은 우리의 수명보다 오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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