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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0, 2026

[로펌을만나다] 이준기 태평양 대표 "기업엔 수사 장기화 자체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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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0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승연 기자 = "기업에는 수사가 길어지는 것 자체가 처벌입니다. 수사와 기소 기관이 나뉘더라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까지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표는 새 형사사법체계의 정착 과정에서 특히 세심한 대응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 사건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담합이나 부당지원 사건은 시장 획정과 경쟁 제한 효과 여부 같은 고도의 법리적·경제학적 판단이 결론을 좌우하고, 기업 범죄의 특수성과 생리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숙련된 수사 경험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험이 없으면 수사가 길어지고 결론이 흔들릴 수 있고, 공소청에는 보완수사 요구 권한만 남아 사건이 두 기관 사이를 오가며 늦어질 수 있다"며 "기업에는 수사가 늘어지는 것이 그 자체로 제재이자 처벌이 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수청과 공소청이 처음부터 같은 법리 위에 서 있지 않으면 공정위 고발 사건은 표류한다"며 "수사 초기부터 서로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피고발인이 공소청에서도 충분히 변론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이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를 적극 충원하고, 수사 적정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에 경쟁법·시장분석 전문가를 위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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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준기 대표는 '형사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공백 해소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리니언시 제도는 과징금 부과 같은 행정 제재를 감면하는 공정위 리니언시와 검찰이 불기소하거나 형을 감경하는 형사 리니언시로 구분돼왔다.

형사 리니언시는 법률이 아닌 대검찰청 예규에 근거해 적용해왔는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과정에서 이를 누가 어떤 근거로 운용할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는 "기소권이 없는 중수청은 면책을 약속할 수 없고, 공소청이 그 권한을 갖는다는 법적 근거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원적 리니언시 구조를 어떻게 할지, 감면 결정권을 누가 갖는지 명문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고발 사건의 수사 규모가 커지는 만큼 로펌의 대응도 '사건 이후 방어'에서 '사건 이전 예방'으로 옮겨갈 것으로 이 대표는 전망했다.

나아가 "공정위와 중수청, 공소청, 법원 등 대응 단계마다 기관도 절차도 다른 만큼 단계별로 최적화된 대응을 하되, 처음부터 한 팀으로 전체를 통합해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이런 차원에서 경제분석기법을 활용해 자문하는 법경제학센터에 이어 각 분야 전문가가 협업하는 공정거래형사대응센터를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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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0

이 대표는 기술유출 사건 역시 과거와는 다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유출 사건에선 과거와 비교해 유출 경로가 다변화하고, 유출 대상이 도면에서 사람으로 옮겨갔으며 국가 간 경쟁과 경제 안보의 문제가 됐단 점을 주요 변화로 꼽았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비정상적이고 은밀한 탈취'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합작법인, 해외 연구센터, 지분 투자처럼 겉으로는 정상적인 거래 안에서 기술이 이전·공유되다가 핵심 기술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공통점은 사후 형사 처벌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외 거점에서 빠져나간 기술은 수사권이 미치기 어렵고, 사람의 이동은 처벌이 아닌 계약과 보상의 문제이며, 기술 유출이 규제 위반의 위험까지 수반한다"며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기술 관리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각 기업의 대응 역시 "시점은 사후에서 사전으로, 장소는 보안 부서에서 계약과 거래의 현장으로 옮겨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기업으로서는 우선 '무엇이 우리의 핵심 기술인지'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고, 관리의 중심도 '문서'에서 '사람과 계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짚었다.

나아가 "유출이 의심되는 순간 곧바로 기록과 기기를 보전하고 가처분과 형사 고소를 함께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증거를 바로 쓸 수 있게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형사 대응의 경우 수사기관이 경찰 산업기술안보수사대뿐 아니라 중수청,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로 나뉘었고 기소를 결정하는 공소청에 대한 변론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효과적으로 규명할 기관과 절차를 고르는 것부터가 전략이고 기술을 이해하고 현장을 훤히 아는 로펌의 다각적 자문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태평양이 기술유출 사건을 지식재산권·형사·포렌식이 '원팀'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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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0

이준기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법률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묻자 "의뢰인과 전문가 사이의 장벽을 허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요즘 고객은 AI로 사건을 먼저 검토하고 로펌에 온다.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줄었다"며 "결국 대형 로펌에 남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고도의 판단과 실행"이라고 설명했다.

AI 활용으로 인한 로펌 채용 변화를 두곤 "단순 리서치가 업무의 중심인 영역에선 신입 수요가 줄 수 있지만, 복잡한 자문과 분쟁처럼 고도의 판단이 중심인 영역에서는 AI가 사람을 증강하므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요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로펌의 인력 육성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저연차는 몇 년간 기초 리서치와 문서 정리를 하면서 어깨 너머로 판단을 배웠지만, 그 기초 작업이 AI로 줄어들면 판단을 배울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를 묻고 답하는 훈련과 구조화된 교육 자료를 통해 의도적으로 판단력을 기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아가 "태평양에서는 주니어 변호사들의 고객 접점과 전략회의 참여를 앞당겨 고도의 판단과 실행을 일찍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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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0

법무법인 태평양은 1980년 설립된 로펌으로, 국내 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9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기업법무와 인수·합병(M&A), 금융, 공정거래, 조세, 지식재산권 등 주요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법률·규제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거래와 분쟁을 수행해 왔다.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한 론스타·쉰들러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국제중재와 금융·조세·공정거래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잇따라 승소하는 등 대규모·장기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축적했다.

alread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0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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