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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구수한 청국장에 찰진 욕' 그 할머니 스크린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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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아들 홍승표 화백, 어머니 일상 기록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

26∼27일 서울·의정부 시사회…내달 4일 메가박스 전국 개봉

(포천=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밥을 오래 먹는다고 호통치던 시골밥상집 주인장. 그렇다고 음식을 남기면 불호령 하던 그 할머니.

처음 방문한 손님들은 기분 나쁠 만도 하지만 이 집 청국장만큼이나 구수하고 찰진 욕에서 시골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다시 찾는다.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고 정의만 씨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로 만들어졌다. 아들 홍승표 화백이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이미지 확대 홍승표 감독과 '욕쟁이 할머니' 고 정의만 씨.

홍승표 감독과 '욕쟁이 할머니' 고 정의만 씨.

[홍승표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씨는 수십 년 전 경기 포천시 고모리 저수지 인근에 구멍가게를 열고 낚시꾼을 상대로 막걸리와 잡화를 팔았다.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찬밥과 함께 내어주다가 된장찌개를 올린 밥상까지 차리게 됐고, 단골이 생기면서 시래기 정식과 순두부를 팔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다섯 남매를 억척으로 키우다 보니 말투가 쌀쌀맞고 투박해졌지만 속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정을 숨기지 못해 가게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1997년 7월 '욕쟁이할머니집'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정씨의 호령은 지역 명물이 됐다.

그런 정씨는 84세 때인 2009년 쓰러졌다. 장염으로 병원에 갔다가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을 견디지 못했다.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3개월을 보냈다.

다행히 회복됐으나 정정하던 전과 달리 주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됐고 이런 정씨의 곁을 항상 홍 화백이 지켰다.

이미지 확대 미국 뉴욕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참석한 홍승표 감독.

미국 뉴욕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참석한 홍승표 감독.

[홍승표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어머니를 돌보며 그림과 서예 등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중 2015년 어머니의 손에 힘이 없어진 점을 느꼈고 안타까운 마음에 색칠 공부를 권유했다.

그러다 어머니 침대 옆 벽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언뜻 보기에는 낙서 같지만 예술가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홍 화백은 "자식을 힘들게 키우느라 평생 그림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분인데 벽지에 그린 그림을 처음 본 순간 표현 등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며 "예술가의 피를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처음에는 인물만 그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평 화악산과 동두천 소요산 자락의 천막생활 시절, 포천에 정착해 유원지 등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던 시절 등을 담았다.

홍 화백은 어머니와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이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기록했다고 한다. 어머니 그림을 모아 전시회도 열었다.

이미지 확대 홍승표 감독과 '욕쟁이 할머니' 고 정의만 씨.

홍승표 감독과 '욕쟁이 할머니' 고 정의만 씨.

[홍승표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씨는 2017년 12월 19일 92세 나이로 영면했다.

효심이 남달랐던 홍 화백은 어머니 산소 옆에 오두막을 짓고 3년 반 동안 매일 찾아가 물을 떠드리고 사는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그러다 허리를 크게 다쳐 더는 찾지 못하게 되자 누워서 그림 수백장을 그렸다.

이때도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못다 한 이야기, 어머니가 생전에 많이 그렸던 말 등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한 뒤 그동안 기록과 자료 등을 모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72분짜리 영화 '욕쟁이할머니'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워낭소리'의 감동을 잇는다는 평가다.

이미지 확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욕쟁이할머니' 포스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욕쟁이할머니' 포스터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돼 상영됐다. 지난 5월에는 나이아가라 캐나다국제영화제와 미국 캘리포니아 파인 아츠 영화제에서 호평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다음 달 4일 전국 메가박스 70개 관에서 단독 개봉한다.

앞서 27일 오후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공식 시사회를 연다.

26일 오후에는 메가박스 의정부 민락점에서 지역 주민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관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시사회와 감독 인사 등도 진행한다.

지역 시사회에는 식당이 있던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주민들과 포천시장, 투병 중인 정씨를 돌봐줬던 병원 임직원 등이 초청됐다.

홍 화백은 "이 영화는 한 아들이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마지막 헌사"라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부모님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드리거나 산소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yo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25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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