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동네 맛집 다 모였다…서울의 맛 좀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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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유명 (요리) 선생님을 만날 기회고, 그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했어요.”(한정화)
“소방관 식사를 책임지는 일을 해요. 더 좋은 식단을 짜고 싶은데, (유명) 셰프 음식은 경험하기 어렵잖아요. 그럴 수 있어서 좋아요.”(강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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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낮 1시, 서울 중구에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디디피) 아트홀 1관. 이날 ‘2026 서울미식주간’ 행사 가운데 하나인 워크숍 ‘조희숙 셰프: 한식의 중심에서 다시 만나는 밥상’이 열렸다. 인천 영종도에서 온 한정화(40)씨와 강민들레(43)씨를 비롯해 30여명이 이날 두번 열린 조 셰프 워크숍 중 첫번째에 참석했다. 조 셰프는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40여년 경력의 한식 대가다. 세계적 권위의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등에서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 등을 수상했다.
“나이가 들수록 집밥의 소중함을 느껴요. 사회가 각박해지고 (한끼를) 더 쉽게 해결하려다 보니 반찬과 상차림, 둘러앉는 밥상이 사라지고 있어요.” 조 셰프의 말에 신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 한그릇 놓고 같이 먹으며 유대를 쌓고 힐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날 조 셰프가 차린 밥상은 멸치볶음, 호박전, 나물 등 6가지 반찬과 밥이었다. 평범해 보였지만 맛을 본 이들은 감탄했다. 강민들레씨는 “좋은 재료에 양념이 강하지 않고 향이 너무 좋다”고 했다. 조 셰프는 테이블을 돌며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강씨는 조 셰프에게 호박전 조리법을 물었다. 조 셰프는 “호박을 꽉 짜야 하는데요”라며 스마트폰을 열어 자신의 레시피를 보여줬다. 셰프에게 레시피는 비밀병기다. 거리낌없이 비법을 공개하자 한씨와 강씨는 감동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미식 관계’가 구축됐다. 조 셰프와 기념사진도 찍은 이 둘은 내년 서울미식 행사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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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회를 맞은 서울미식주간은 글로벌 미식 관광지로서 서울을 알리고 미식 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는 행사다. 올해 주제는 ‘서울, 다시 맛보다’로, 지난 23일부터 7일간 서울 각지에서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 행사는 ‘서울미식마켓’과 ‘미식 클래스’, ‘레스토랑 위크’, ‘전통시장’(참여형 프로그램), ‘서울 미식 100선 및 카페·디저트 50선’ 발표(콘텐츠 발굴), ‘서울미식어워즈 및 서울미식의 밤’ 개최(네트워크 구축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70여개 맛집 부스에 군침이 싹
장이 섰다. 우리네 정 많고 훈훈한 장에 ‘현대’를 입힌 서울미식마켓은 디디피 아트홀 1관 어울림광장과 야외에서 지난 24~25일 이틀간 펼쳐졌다. 농부 장터 ‘마르쉐’ 참여 농부들, 서울 미식 100선에 뽑힌 카페나 레스토랑의 요리사들, 청년 셰프팀 등 70여개 팀이 참여했다.
서울미식마켓의 주제는 ‘서울, 집밥’.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한식이 주식인 우리 밥상은 초라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현실의 개선책은 무엇인지 집밥에서 살펴보자는 취지다. 서울미식마켓은 요리사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워크숍 프로그램과 셰프들과 농부들의 부스로 꾸려졌다. 방문자 누구든 참여 팀의 다채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전 예약을 받아 꾸려진 조 셰프의 워크숍도 이날 마켓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이 밖에도 ‘김상훈 셰프: 주반, 한국의 술과 공예―손으로 만든 것들의 시간’, ‘성북의 밀: 문학을 요리하다’, ‘고요한 집: 시간이 깃든 식탁’, 어린이 대상 ‘한살림: 논 따라, 쌀 따라 집밥 이야기’와 ‘백웅재 작가: 토종쌀로 만나는 한국의 밥’ 등의 워크숍도 열렸다.


부스마다 긴 줄이 섰다. 면면은 화려하다. 서울 서촌의 디저트 가게 ‘카페 오쁘띠베르’를 운영하는 박준우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생선 엔다이브’와 이탈리아 디저트 티라미수, 피낭시에 가르니(피낭시에에 크림 등을 추가해 굽는 구움과자) 등을 준비했다. 박 셰프는 “우리가 기준을 세우는 ‘미쉐린 가이드’나 ‘라 리스트’ 같은 미식 행사가 필요하다”며 “서울미식주간이 인지도가 생겨 대중과 만나는 이런 자리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부스를 돌다 보면 한나절이 다 간다. 부스 차린 셰프들과의 대화는 미식의 지평을 넓힌다. ‘문사기름집’에서 고소한 비건버터 향을 맡고, 유명 빵집 ‘뺑드빱바’에서 올리브 치아바타를 한입 베어 물면, 제철 채소 기반 식료품점 겸 식당인 ‘원 슈가 데이 그로서리’가 나타난다. 허준환(41) 요리사는 충남 홍성 단호박과 공정무역 시나몬 등을 섞어 호박주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과자와 디저트들로 상을 차린 ‘파티세리 뮤흐’와 ‘재인’, ‘프릳츠 도화점’에서 달콤한 향을 맡고 나면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의 ‘반찬술사’ 김시연 셰프의 요리, 레스토랑 ‘데케드’의 노신우(29) 셰프가 만든 대니시 플레이트 등을 만난다. 데케드 매니저 김선률(32)씨는 “(우리) 버터는 공기를 주입해 폭신한 질감”이라고 자랑했다. 한식당 ‘복자에게’ 부스에서는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사슴뿔과 레드와인, 한우 꼬리 등을 3일간 우려 만든 데미글라스 소스(진한 갈색의 프랑스 소스) 맛 때문이다. 고은세(30) 셰프는 “한국의 식재료를 스페인식으로 풀어봤다”고 했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레스토랑 ‘아그네’도 만났다. 일본에서 ‘재패니즈 프렌치’ 등을 연마한 최민관(31) 셰프는 경북 봉화마을 땅콩호박으로 만든 파스타 등을 준비했다. 땅콩호박은 땅콩 모양을 닮은 호박 품종이다. 시식용 마카다미아 소스를 맛본 방문자들은 활짝 웃었다. 최 셰프는 “이런 페어가 서울에 별로 없는데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장엔 별도 떴다. 예약이 어려운 스타 셰프들의 솜씨를 맛볼 절호의 기회다.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고향 태안의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 이름을 알린 김성운 셰프(‘테이블포포’)는 태안산 갯밭김 만두구이와 태안산 수미감자 버터구이 등을 냈다. ‘더 그린 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은희 셰프는 섬세한 서양식 집밥을 준비했다. ‘고사리의 혁명’이라고 극찬받는 서울중앙시장의 ‘고사리 익스프레스 신당’의 김제은(32) 셰프도 얼굴을 내밀었다. 고사리 익스프레스 신당은 지난 2월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가성비 좋은 식당)에 선정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김 셰프는 “채식 소스를 연구해 만들다가 그 소스를 사용할 식당을 아예 열었다”고 했다. 조리학과에 다니던 시절 푸드트럭을 창업했다가 “말아먹고” 두번째 창업한 고사리 익스프레스 신당이 성공을 거뒀다. 샤르퀴트리(고기 육가공) 전문점 ‘메종조’와 타이 레드커리 등을 내는 ‘영동포차나’도 보였다. 예약이 쉽지 않은 식당들이다. 구수한 국수 등을 내는 ‘남박’과 진한 곰탕을 만드는 ‘마다옥’, 연어와 고수 등으로 김밥을 만드는 ‘나랑김밥’, 수제 부각 등을 내는 ‘유록’도 대열에 합류했다.



배를 채우고 나면 음료가 그리운 법. “3대가 청송에서 사과를 재배합니다.” 사과 자랑으로 말문을 연 농업법인 ‘청년연구소’의 이석모(35) 대표는 사과탄산주스 ‘블루피노’를 권했다. 그의 사과 브랜드 ‘청송 꿀땡이 사과’는 온라인몰에서 인기 농작물이다. ‘빈브라더스’의 커피, ‘독브루어리’의 우리 술 등도 손님을 맞았다. 서울 영동시장 안 건강원 자리에 차린 ‘장생건강원’은 2030세대가 이미 ‘힙’한 바로 추앙하는 곳이다. 들기름과 육회 등을 활용한 칵테일을 낸다.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미드나잇 아시아: 먹다·춤추다·꿈꾸다’ 서울편에 등장하기도 했다. 주인 서정헌(35)씨는 “재밌는 한식을 하고 싶어서 들깨, 참깨 등을 썼고, 헤리티지(인류 유산) 음식을 하면서도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었다”고 했다. 8년 전 일이다. 완도전복덮밥 등을 내는 ‘자연미당’, 표고장아찌, 햇밤 등으로 한끼를 낸 ‘홀썸’ 등 청년 팀들도 손님을 정성껏 맞았다.

요리 고수에게 배우는 비법
“미나리과 채소는 몸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올해는 토마토가 너무 귀한데, 구워서 드릴 겁니다.”
지난 23일 서울 남대문 인근 삼옥빌딩에선 ‘자연 요리 연구소’ 수업이 열렸다. 서울미식주간 미식클래스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10여명이 모였다. 요리책 ‘모두의 솥밥’을 쓴 김희종(48) 요리 연구가의 수업이었다. 레스토랑 셰프로 활동하다 아버지 간호를 위해 외식 현장을 떠났던 그다. 2019년부터 자연주의 요리 수업을 하고 있다. “농부들이 흙에서 농사를 짓고 그게 식탁에 올라오는 것까지 보여주는 게 자연주의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농부와 먹는 이들 사이의 매개체가 자신이라고도 했다. “지금 뿌리채소가 너무 맛있을 때라 그것을 숯불에 굽고 갈고 절이는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맛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보리를 삶고 연근으로 완자를 빚고, 찜 요리를 선보였다. 육아휴직 중 서울미식주간 홍보 에스엔에스를 보고 이 수업을 신청했다는 이명진(40)씨는 “채소를 좋아하다 보니 신청했다”고 말했다. “오늘 배운 걸 손님 초대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이 수업엔 이씨를 포함해 서울미식주간 행사를 처음 안 이가 많았다. 직장인 김미경(43)씨는 “듣고 싶었던 선생님 수업인데다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예원(38)씨는 ‘흑백요리사’ 우정욱 셰프 강좌도 신청했다고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년에도 신청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식 클래스로는 ‘자연 요리 연구소’를 비롯해 ‘우정욱의 서울 레시피’(우정욱 셰프의 서울 집밥 수업), ‘한국의집’(궁중 요리 수업) 등이 열렸다.
이번 서울미식주간엔 서울 소재 레스토랑 124곳이 참여한 레스토랑 위크도 함께 진행됐다. 참여 레스토랑은 음료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장축산물시장에서는 외국인 대상 한우 바비큐 체험인 ‘마장 마켓 투 테이블: 한우 비비큐 익스피리언스’가 오는 11월6일까지 펼쳐진다. 한우 맛집으로 알려진 ‘몽실이네’ 등 참여 업장은 3곳이다.
서울 맛집 100곳은 어디?
미식 행사에 시상식이 빠지면 섭섭하다. 지난 25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디디피 아트홀에서는 ‘서울 미식 100선 및 카페·디저트 50선’을 발표하는 ‘서울미식어워즈’가 열렸다. 서울 유일의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요즘 한창 인기 고공 행진 중인 ‘이타닉가든’의 손종원 셰프를 비롯해 서울의 내로라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서령’, ‘한성칼국수’, ‘진진’, ‘젠제로’, ‘소나’, ‘발우공양’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식당과 디저트 카페의 요리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베스트 한식상엔 밍글스(강민구)가 선정됐다. 베스트 양식엔 ‘빈호’(전성빈), 베스트 아시안엔 ‘계향각’(신계숙), 베스트 그릴엔 ‘금돼지식당’(박수경), 베스트 채식엔 ‘레귬’(성시우), 베스트 카페·디저트엔 ‘제이엘 디저트바’(저스틴 리), 베스트 바·펍엔 ‘제스트’(김도형)가 뽑혔다. 공로상은 ‘온지음’의 조은희·박성배 셰프가 수상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미식 100선은 한식(27%), 양식(23%), 아시안(15%), 그릴(10%), 카페·디저트(9%), 채식(8%), 바·펍(8%) 순으로 분포됐다. 100선의 25%는 신규 진입 업장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4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중구(15%), 종로구(14%), 용산구(11%)가 이었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한국적 재해석, 빠른 수용과 진화, 노포와 파인다이닝의 공존, 다양성과 역동성, 장르의 경계를 넘는 창의성, 취향의 세분화, 맛의 상향 평준화 등이 서울 미식 키워드로 꼽혔다.
올해 서울미식주간은 한식의 세계적인 인기, 글로벌 관광지로서 서울의 위상이 높아진 데 힘입어 과거에 견줘 특히 이목이 쏠렸다. 이제 행사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음식업계 한 전문가는 “(100선이) 국가대표 선수만 키워내는 시상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울미식주간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 미식 100선의 평가 분야와 선정 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고, 지역·가격대별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시민과 관광객이 서울 곳곳의 다채로운 미식을 더욱 가깝게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미식가로 꼽히는 예종석 전 한양대 경영대학장(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광장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지금의 인기가) 오래갈 수 없다”며 “한 국가의 음식문화가 발전하려면 음식을 요리하는 쪽과 경험하는 쪽이 맞물려 발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케이푸드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런 행사가 (양쪽의 미식)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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