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이 아닌 ‘떼춤’ 추는 관객...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 가보니

역대 최다 관객… 3일간 2만 8000명
무대 없는데 춤추는 관객들 그 비결은
쾌적한 운영으로 소문… 가족형 축제
바야흐로 페스티벌의 시대. ‘원래 우리나라에 이렇게 페스티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전국에 음악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최애’로 꼽히는 축제가 있다.
전문 페스티벌 제작사가 아닌 세종문화관광재단 직원들이 중심이 돼 만드는 축제. 올해 5회째를 맞은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0일~1일 3일간 세종중앙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역대 최다 관객인 2만 8천 명이 모였다. 넬과 실리카겔, 터치드, 자우림, 페퍼톤스 등 18팀이 3일간 무대에 올랐다.
떼창 대신 떼춤…공연 사이도 축제의 시간
“세종 보헤미안 뮤직 페스티벌~ ♬”
현장에선 다른 음악 축제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 반복됐다. 무대 위에 가수가 없을 때도 관객들이 자리에 서서 춤을 춘다. 떼창이 아니라 떼춤이다.
관객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노래는 페스티벌 측과 밴드 양치기소년단이 협업해 만든 로고송 ‘보헤미안송’이다. 페스티벌 총괄을 맡은 김남선 세종문화재단 대중문화창작소 공연기획실장은 “관객들이 축제장을 떠난 뒤에도 노래를 흥얼거리도록 페스티벌 로고송을 만들었다”며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 덕분에 많이들 불러주신다”고 제작 과정을 밝혔다. 실제로 집에 돌아가서도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축제 후 SNS를 통해 퍼져 나가기도 했다.
올해는 여기에 안무를 더했다. 여러 안무가를 거치고 김 실장의 딸에게 춤을 시켜보기까지 하며 누구나 쉽게 따라 출 수 있는 동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안무를 무대 준비 시간마다 화면에 송출했다.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 서서 춤을 따라 췄다. 텅 빈 무대를 향해 서서 추거나, 이동하면서도 추고 심지어 돗자리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춤을 추는 관객도 보였다. 가수가 없어도 페스티벌은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무대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타 관객과의 유대감까지 형성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객은 “처음 보는 사람과 춤을 추면서 마주보고 웃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모두가 같은 춤을 추니까 모르는 사람과도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2일 차 무대에 오른 밴드 터치드의 멤버 윤민은 “뒤에서 준비하면서 춤 추시는 걸 보니 오늘은 뭘 해도 될 것 같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음악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비까지 즐기고
음악은 축제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제작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였다. 이를 줄이기 위해 양치기소년단의 노래를 개사한 캠페인송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와 영상을 공연 사이에 송출했다.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단에 따르면 캠페인송을 제작하기 전인 2024년과 비교해 일반쓰레기 비율이 80% 감소했다. 김 실장은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관객들은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발과 옷에 흙탕물이 튀고 온몸이 비에 젖어도 더욱 신나게 공연을 즐겼다. 비가 거세지면서 주최 측은 안전을 고려해 공연 종료 시간을 앞당겼지만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앵콜을 외쳤다. 결국 예정에 없던 앵콜까지 하게 된 페퍼톤스는 “여러분 같은 관객 앞에서 무대해서 영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를 피하기보다 축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비가 가장 거세게 내리던 대기 시간에는 밴드 신인류의 ‘날씨의 요정’이 흘러나왔다. 신인류가 다른 페스티벌에서 이 노래를 부른 뒤 비가 그쳤던 일화에서 착안한 선곡이었다.
관객들은 “주최 측이 얼마나 간절하면 토템까지 동원하냐”며 웃었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비가 그치기를 바랐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음악을 틀었다는 김 실장은 “올해 마지막 야외 페스티벌에서 최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했다”고 말했다.
“쾌적한 페스티벌로 소문났어요” 장벽 낮은 가족형 페스티벌
많은 이들이 세종보헤미안뮤직 페스티벌을 ‘최애’ 페스티벌로 꼽는 이유는 쾌적한 운영이다.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은 관객의 자유로운 관람을 우선한다. 입장 과정에서 가방을 검사하지 않고 외부 음식 반입도 허용한다. 배달 음식을 주문해 피크닉존에서 먹는 것도 가능하다. 현장 식음료 매출을 위해 외부 음식 반입을 제한하는 일부 페스티벌과 다른 지점이다.
김 실장은 “관객들이 잠재적 범죄자도 아닌데 가방을 검사하고 음식 반입을 막는 게 맞는지 의문이 있었다”며 “초기부터 해당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스탠딩존과 피크닉존, 체어존을 나누어 원하는 방식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초기부터 쾌적하고 친절한 축제로 소문이 나 페스티벌 초심자가 많이 찾는다. 실제로 세종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신규 관객 비율이 지난해보다 50% 늘었다. 재단은 기존에 페스티벌을 다니던 관객이 부모님이나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공연을 배경음악 삼아 피크닉을 하듯 즐기거나 함께 스탠딩 존에서 뛰어 노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이 보였다. 31일 어머니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정윤선(25) 씨는 “야외 공간에서 피크닉 하듯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어머니도 내년에도 오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 최다 관객이 찾은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특히 관객이 몰린 31일에는 F&B 대기 줄이 길어지며 운영상 과제를 남겼다. 김 실장은 “업체를 직접 통제하거나 줄을 관리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관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축제의 외형을 더 키우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김 실장은 “관객 수와 규모를 늘리고 싶지 않다”며 “지금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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