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궤변의 ‘새로운 길’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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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김현영 | 전남대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이 되어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기 때문에 겸직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비례대표 의원의 장관 겸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기본소득당 지도부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며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 의원들이 누려온 특권을 소수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도 갖겠다는 선언이 어떻게 ‘새로운 길’이자 ‘도전’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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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의 장관 겸직은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된다. 반면 권력분립을 원리로 삼는 대통령제에서는 금지하는 게 보통이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연방헌법 제1조 제6절에서 연방의원과 장관 등 연방 공직의 겸직을 금지한다. 혼합형 정부 형태인 프랑스도 헌법 제23조에서 “국무위원은 의원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포르투갈 헌법 제154조도 “내각에 임명된 의원은 내각에서 사퇴할 때까지 의원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허용은 대통령제에 내각제적 요소가 결합된 것으로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되어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의회 의원 등의 겸직 제한을 다룬 결정에서 겸직 금지의 취지를 입법과 행정 사이의 권력분립을 유지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데서 찾았다. 집행을 담당하는 공직자가 의원직을 겸해 입법까지 관여하는 권력 집중을 막는 것이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된다는 판단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역시 개혁 대상이 되어 2013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겸직은 원칙적 허용에서 원칙적 금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겸직은 예외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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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출신 장관의 장점으로는 안정적 국정 운영과 당정 협력, 상대적으로 수월한 인사청문회 통과가 거론된다. 그러나 동료 의원이어서 청문회의 칼날이 무뎌지는 바로 그 이점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을 위협한다.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사로 행정부를 감독하는데, 장관 겸직 의원은 감독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 되어 권력의 상호 감시 기능이 약화된다. 국민의 대표로서의 활동도 위축된다. 장관 겸직 의원의 저조한 국회 출석률과 대표발의 법안의 감소 문제는 관련 연구에서도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활동은 하기 어려운 상태인데도 사무실 운영비와 8인 보좌진 인건비 등 의정활동 지원은 유지된다. 지역구 의원의 겸직 관행 역시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다.
비례대표의 겸직에는 별도의 문제도 있다. 비례대표는 정당 지지를 의석에 반영하면서 지역구 선거에서 과소 대표되어온 소수자와 다양한 직능의 대표성을 보완한다. 후순위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관이 된 의원의 의정활동 공백을 그대로 감수해야 할 이유도 없다. 지역구 의원도 겸직하는데 왜 비례대표 의원은 안 되냐는 말은 개혁해야 할 관행을 권리의 근거로 삼아 특권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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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기본소득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정당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1인 1표제 위헌 결정에서 지역구 후보자 투표를 정당 지지로 간주해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정당 투표가 별도로 도입됐고, 2019년에는 득표와 의석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으로 제도의 취지를 훼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수 정당을 포함한 선거연합정당을 내세웠지만, 소수 정당이 거대 정당에 기대 원내에 진입하는 구조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대표성 확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연합정치가 이루어졌다기보다 비례명부 자체가 민주당의 의사결정에 좌우되었다. 2024년 시민사회 몫 후보들의 사퇴·배제를 둘러싼 갈등이 그 단면이다. 연합정치를 통해 다양성이 반영되기는커녕 거대 정당의 판단에 종속될 위험을 드러낸 것이다.
용 후보자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는 사정이 바로 공동 명부의 구조와 연결된다. 기본소득당의 독자 명부가 아니므로 후순위 승계가 기본소득당 의석의 유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반칙에 동참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 용혜인 재선 국회의원의 자리다. 그렇게라도 원내에 들어가서 하고 싶었던 정치가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해야 할 시간에 특권을 나눠 갖는 것을 새로운 길이라고 얘기하다니, 그야말로 궤변의 새로운 길이라 할 만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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