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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5, 2026

BTS의 ‘서구 중심 기준’ 그래미 보이콧…한국미술 평가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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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어워즈 시상식 출품 거부는 대중음악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서구중심적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구심성을 해체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 행위다. 2026년 8월1일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BTS가 아리랑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어워즈 시상식 출품 거부는 대중음악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서구중심적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구심성을 해체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 행위다. 2026년 8월1일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BTS가 아리랑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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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대중음악계에서 전세계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갖춘 그래미어워즈에 공식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아시아 가수를 차별해온 것에 항의하는 취지에서 매년 들러리로만 세우던 그래미 쪽에 ‘BTS 없이 당신들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는 전세계 팬들의 사랑과 지원, 그리고 케이(K)-팝뿐 아니라 반도체,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한국을 향한 전방위적 관심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 재편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가운데 관련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닌 한국과 대만의 중요성은 급부상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더불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비서구권 대국의 경제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어 세계경제에서 서구는 더는 중심이 아니며 갈수록 위축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19세기 압도적 군사력과 기술력으로 비서구를 일방적으로 식민지화한 서구 제국이 지난 200년가량 누려온 세계질서의 구도가 저물고 있다.

학술·예술·대중문화·스포츠, 그리고 그 외의 어떤 영역이든 세계의 ‘권위 있는’ 상은 거의 모두 서구가 제정했다. 따라서 서구의 기준에 따라 서구에 우호적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아카데미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서 보듯이, 서구 제도들도 ‘알아서’ 세계 지형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반면 그래미어워즈 같은 일부 상은 서구중심적 관성이 과거와 같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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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이번 불참 선언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서구중심주의적 관성에 안주하는 이런 제도에 경종을 울렸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서구중심적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구심성을 해체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 행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술사를 공부한 필자로서는 우리 미술사 기술에서 서구중심주의가 여전히 작동하는 부분은 없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고구려 벽화와 담징의 그림으로부터 적어도 2천 년 정도의 회화 역사를 지닌 우리에게 서구 회화는 입체감과 생동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음영법 등에서 일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통 회화를 대체해야 할 더 선진적 회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구의 힘 앞에 나라를 빼앗긴 후, 문화·기술·학문·예술·제도 등 서구 문물을 하루빨리 배워 그들을 따라잡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면서 이 무조건적 추격의 요구는 전통에 대한 부정과 무비판적 서구 추종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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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문화가 통째로 이식되는 가운데 유교문화 속에 정착된 미술의 이해도 함께 서구화됐고, 자연스레 전통 회화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그 대신 서구 사조의 이른 도입이 미술의 선진화이자 발전으로 통했다. 그런데 문화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르네상스 시기 이후 일점투시원근법과 음영법을 기반으로 대상의 재현에 주력했던 고전적 서구의 회화 양식은 19세기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재현 기능을 카메라에 넘겨줬다. 이후 서구 미술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서구 회화의 도입은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움직이는 타깃을 따라잡는 게임이 됐다.

100년 이상 서구화가 진행돼 사고방식도 완전히 서구화된 지금, 서구중심주의를 해체한다고 해서 새삼스레 유교문화 속에 성립된 옛 회화 양식을 다시 소환할 것도 아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서구와 한국을 굳이 구분할 이유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서구 회화는 서구 사회의 시대적 조건 변화에 부응해 변화했다. 따라서 그런 사회적 단계를 경험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시대의 산물로 나타난 새로운 양식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에게 존재했던 내적 필연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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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서구는 이미 1920년대에 일부 국가가 소비사회에 진입했고, 늦어도 1950년대가 되면 대부분 소비사회에 진입했다. 전후 서구의 네오다다(Neo-Dada)나 팝아트를 비롯한 다양한 양식들은 이런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는 1980년대에 와서야 소비사회를 경험하게 됐고, 해외여행이 완전히 자유화된 1990년대에 비로소 서구와의 격차가 무시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서구의 새로운 사조를 그 전제가 됐던 사회발전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할 때, 객관적으로 결여된 작업의 필연성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위상 제고에 따라 최근에는 서구의 미술기관이나 화상들이 우리의 과거 미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구 미술관에서의 전시와 서구 메이저 화랑이 취급하는 경우 그 평가는 우리 자신의 평가보다 훨씬 큰 권위가 실리면서 미술사적으로도 비중 있게 다뤄지게 마련이다. 워낙 미술은 서구의 평가에 의존적이었고, 그들의 평가가 미술사의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서구에 의해 우리의 과거 미술이 평가될 때, 우리가 서구 사조를 모방한 작업은 서구 미술양식의 보편성과 우수성을 드러내는 변방의 사례로서 서구중심적 미술사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혹 작업의 내적 필연성이 결여됐다고 해도 서구중심적 관성이 작용하는 서구의 평가 기준에서는 얼마든지 좋게 평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서구에 의해 서구중심적 기준에서 평가된 우리 미술을 그런 구심적 관성을 해체한 상태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서구중심주의가 완전히 해체된 이후, 우리 기준에 따라 우리 미술을 공정하게 평가할 준비가 비로소 갖춰질 것이다.

이승현 미술사학자 shl2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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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증권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7년을 다니다 작은 금융자문회사를 차렸다. ‘선진’ 금융을 보급한다고 했으나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혼자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와 호텔에서 2주가량 지낼 정도로 미술에 미쳐 미술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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