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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5, 2026

[위근우의 리플레이]최대의 위기 ‘나 혼자 산다’, 관찰 예능이 진정성의 이름으로 시청자를 기만할 때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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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즉흥 카자흐스탄 여행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즉흥 운전이 불법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유튜브 캡처

전현무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즉흥 카자흐스탄 여행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즉흥 운전이 불법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유튜브 캡처

※이 칼럼은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추가 입장 표명 전날인 9월3일자 경향신문 지면에 게재됐습니다.

가불기. 일대일 격투 게임에서 방어할 수 없는 가드 불능 기술을 이르는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막을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오직 회피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MBC <나 혼자 산다>(나혼산)가 처한 조작 방송 논란에 대처하는 방법이 딱 그러하다. 지난 8월14일 방송됐던 <나혼산>에선 멤버 전현무가 간만에 생긴 1박2일 휴가 기간에 아무 계획 없이 공항에 나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즉흥 여행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자신의 모든 여행은 ‘전현무작정’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전현무의 인터뷰와 함께 정말로 공항 전광판의 시간표를 보며 여행지를 정해 떠나고 예약한 호수 근처 숙소까지 5시간 동안 렌트카를 모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여행지 선정도 무작정’이라는 자막과 저런 게 가능하냐며 놀라는 스튜디오 멤버들의 발언이 교차하는 등 여행의 즉흥성과 전현무의 결단력은 끊임없이 강조됐고, 그 다음주 방영분에서 알마티 여행 에피소드가 끝날 즈음 김신영이 “전현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해당 에피소드는 인상적이었다. 조작 논란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일부 시청자가 카자흐스탄에서는 방송에서처럼 국제운전면허증만으로는 운전할 수 없고 러시아어 번역 및 공증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고, 여행지인 알마티에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여행이 알마티 관광국 지원으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8월25일 제작진은 차량 대여는 방송에 나온 그대로이며 별도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방송 이후 지적을 통해 알았으며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핀트가 어긋난 해명이었다. 방송 내용 그대로라면 전현무는 공증 없이 운전을 했으니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실제로 제작진 해명 당일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은 외교부 공지를 통해 러시아어 공증이 필요하며 공증엔 약 반나절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비행기 시간 제외 알마티에서 29시간을 빠듯하게 썼던 방송 내용을 고려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정이다. 조작 아니면 불법이다. 이게 가불기다. 어떤 논리로 방어하든 맞는다. 상단을 방어하면 하단을, 하단을 방어하면 상단을 맞는다. 회피할 수밖에 없다.

전현무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즉흥 카자흐스탄 여행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즉흥 운전이 불법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유튜브 캡처

전현무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즉흥 카자흐스탄 여행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즉흥 운전이 불법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유튜브 캡처

<나혼산> 제작진은 8월31일 2차 해명문에선 행정적 절차와 현장 진행에 대한 알마티의 협조는 받았지만 금전적 협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허수아비 때리기, 섀도우 복싱이다. 좀 더 정확히는 존재하지 않는 펀치를 방어하는 중이다. 마치 제작진은 부당한 PPL 논란이 벌어져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시늉을 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건 금전과 상관없이 행정적 절차와 면허증 공증이 1박2일 즉흥 여행의 일정 안에서 가능하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1차 해명문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불법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는다. 촬영 일주일 전에 여행지를 결정하고 비행기표 역시 미리 예매했다는 연예 유튜버 이진호의 취재 내용과 그걸 받아 쓰는 언론에 대해서도 침묵 중이다. 제작진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회피하며 이 또한 지나가길 기다린다고 이 논란을 넘길 수는 없다. 냉소적으로 조언하면, 불법 운전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조작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보단 후폭풍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황으론 아마도 불법은 없이 연출 조작이 있었을 확률이 훨씬 높아 보인다.

사실 관찰 예능에 대해 조작이란 꼬리표를 다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가장 민감한 주제라서만은 아니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지만 애초에 리얼리티쇼는 수많은 세팅과 연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자연스러운 일상을 비춘다 해도 집안 곳곳을 비추는 카메라와 평소처럼 들렀다는 지인 몸에 설치된 무선 마이크처럼, 어떤 리얼리티쇼도 일정한 통제 안에서 만들어진다. <나혼산>을 비롯해 다수 관찰 예능의 사건 다수는 방송이 아니라면 애초에 시도되지 않을 법한 이벤트로 구성된다. 다만 그 상황에 던져놨을 때의 반응만큼은 진실하다는 환상과 믿음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4에서 기안84와 덱스 등의 멤버들이 네팔의 구르카 용병 캠프에 참여했던 이벤트가 자연스러운 여행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믿는 이들은 별로 없겠지만, 그 안에서 멤버들이 체험하는 육체적 고난과 감정, 다른 훈련병과의 교류가 충분히 진실하다고 느끼기에 누구도 그걸 조작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세팅의 유무가 아니라 세팅된 세계 안에서 얼마나 사적인 자연인으로서의 자아를 잘 수행하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적인 자아와 분리되어 사적이고 자유로운 자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세팅일수록 결과적으로 더 진실된 방송으로 받아들여진다. 리얼리티쇼의 리얼리티란 어디부터 어디까진 진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시청자와의 암묵적 합의로 유지된다. 제작진은 세팅이 없는 척, 시청자는 세팅을 모르는 척하며.

MBC <나 혼자 산다> 속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운전이 불법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주카자흐스탄 한국 대사관은 러시아어 공증 관련 사항을 공지했다.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MBC <나 혼자 산다> 속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운전이 불법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주카자흐스탄 한국 대사관은 러시아어 공증 관련 사항을 공지했다.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전현무의 이번 알마티 여행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 짧은 휴가 동안 굳이 해외여행을 나가는 선택에 방송용 그림에 대한 본인 혹은 제작진의 욕심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도리 없어도, 그 강행군을 실제로 견디고 잠까지 줄여 목적지인 호수까지 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에 대한 그의 의지와 만족감을 믿어줄 수 있다. 거기까지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즉흥 여행 콘셉트에선 세팅을 시청자가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괄호 안에 집어넣고 시치미 떼는 대신 아예 어떠한 세팅도 없노라 수없이 강조했다. 심지어 두 번째 방영분에선 무작정 여행의 추진력에 감동 받은 이들의 댓글 피드백을 자랑스럽게 인용했다. 이래선 전현무의 평소 여행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서 약간 과장된 연출을 했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빠져나올 아주 작은 구멍도 남지 않는다. 이러니 조작 아니면 불법이라는 가불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나혼산> 사태는 어떤 의미로든 제작진이 잘못했다는 게 명백한 반면, 대체 어쩌다가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지는 반쯤 미스터리다. 이것은 10년 넘게 한국을 대표하던 관찰 예능답지 않은 안일한 실수인가, 과한 자신감으로 벌어진 일인가, 무리한 과욕인가. 알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지금껏 이런저런 위기를 넘겨온 <나혼산>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드 불능 기술이라고 해서 꼭 치명적인 필살기인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 감명받았던 이들의 수에 비례해 배신감은 커질 것이고, 두 번의 해명문에서 수습할 기회를 날려버리며 대중의 불신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이다. 회피할수록 뒤에 감당해야 할 데미지는 더 커진다. 나는 그 피해가 <나혼산>이라는 한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그동안 방송사와 시청자가 함께 쌓아온 신뢰 자산에까지 미칠까봐 꽤 두렵다. 격투 게임에선 가불기를 맞고 지더라도 컨티뉴로 같은 스테이지에서 도전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다시 첫 판부터 시작해야 하거나 아예 컨티뉴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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