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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억만장자가 산 주식만 따라 담았더니”...8개월 만에 탄생한 ETF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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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투자정보로 지수 설계
종목·비중 정해 방법론 완성
과거 데이터로 백테스트 실시
심의·심사 거쳐 ETF 손보여
상품 개발에 수개월 걸리기도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

지난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팀 쿡 애플 CEO가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팀 쿡 애플 CEO가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산 주식을, 나도 똑같이 따라 담을 수 있다고?”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등 세계적인 부자들의 투자 정보를 활용해 투자지수를 만들고 이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ETF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자산운용에서 관련 상품(WON 미국빌리어네어 ETF)을 기획·개발한 김기범 ETF 팀장을 만나 ETF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봤다.

김 팀장은 펀드를 만드는 일을 요리에 빗댔다.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고 레시피를 짜는 일과 닮았다는 것이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을지 세심하게 정해야 하고,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많으면 맛의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억만장자가 투자한 기업을 담는 ETF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만들자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기업을 얼마나 담을지, 어느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삼을지, 나아가 그들이 가진 기업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하나하나 정해야 비로소 하나의 상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레시피를 짜는 일이 기획·개발이라면 운용은 정해진 레시피대로 요리가 꾸준히 같은 맛을 내도록 재료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일다.

좋은 요리가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하듯, 빌리어네어 ETF도 하나의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빌 게이츠는 어떤 주식을 갖고 있기에 부자가 됐을까, 워런 버핏은 어떤 종목을 좋아할까. 그런 물음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가진 기업을 한데 묶어 ETF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마침 미국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을 추적하는 데이터가 있었다. 다만 이 데이터는 포브스 부자 순위처럼 누가 몇 위인지 보여주는 순위표일 뿐, 그대로 투자의 잣대로 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김 팀장의 팀은 블룸버그와 손잡고 이 순위 데이터를 바탕으로 펀드가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지수를 함께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순위표 하나를 실제 상품으로 빚어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마주한 난관은 억만장자의 재산이 모두 주식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비상장 기업은 물론 요트와 저택, 심지어 스포츠 구단까지 아우르다 보니 그중 시장에서 실제로 사고팔 수 있는 미국 상장 기업만 가려내는 작업이 먼저였다. 이어 어느 부자까지 대상에 넣을지, 기업은 몇 곳이나 담을지, 한 기업에 최대 몇 퍼센트(%)까지 실을지를 차례차례 규정해 나갔다. 이렇게 촘촘히 쌓인 규칙의 묶음이 바로 방법론이다.

방법론을 세웠다고 끝이 아니다. 이 규칙이 실제로 통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에 쓰이는 것이 백테스트다. 지금 만든 규칙을 과거로 가져가 그 시절에 적용했다면 어땠을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2021년에 이 규칙으로 상품을 냈다면 성과가 어땠을지, 2020년이라면 또 어땠을지를 여러 시점에 하나씩 대입해 컴퓨터로 돌려본다.

김 팀장은 이 과정을 가장 오래 걸리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선보인 한 상품은 규칙을 잡는 데만 8개월이 걸렸고, 그는 “과장 조금 보태면 방법론을 100번은 바꾼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렇게 방법론을 정교하게 가다듬었다고 해서 상품이 곧바로 시장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부 심의를 거친 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는 규칙과 검증, 심사라는 긴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품을 빚어내는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내며 또 어떤 자질을 지녀야 하는지 들여다볼 차례다. 펀드매니저라고 하면 온종일 시세 차트만 들여다볼 것 같지만, 김 팀장의 하루는 다음엔 어떤 상품을 만들까 고민하는 데 더 많이 쓰인다. 아침이면 밤사이 오간 국내외 뉴스와 리포트를 두루 살피고, 지수 회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만나 회의를 거듭하며 새 아이디어를 길어 올린다.

그런 그가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자질은 뜻밖에도 호기심이었다. “이 일은 계속 ‘왜?’를 붙이는 일이에요. 사소한 뉴스 하나라도 이걸 저것과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면 이런 상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로 이어지거든요.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이건 뭐랑 연결되지 하고 혼자 묻곤 합니다.” 세상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자꾸만 되묻는 것, 그것이 김 팀장이 말하는 펀드 만드는 사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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