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80억 들여 명장 기술 AI로 만드는데 월 66만 원에 넘기라고?···보상은 ‘헐값’ 우려
정부가 제조 명장의 숙련 기술을 인공지능(AI)에 학습 시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지만, 정작 기술을 제공하는 명장에 대한 보상 체계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쌓은 현장 경험을 AI 개발에 활용하면서도 보상 기준은 권고에 그쳐, 명장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사업비 현황’을 보면, 연구 수당 비중이 가장 낮은 A 컨소시엄은 인건비 대비 연구 수당 비율이 0.97%에 그쳤다. 산업부가 권고한 20%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총 30개 컨소시엄 가운데 14개가 연구 수당을 인건비의 20% 미만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480억원을 확보해 지난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9개월간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묵지는 명장이 오랜 현장 경험으로 익힌 작업 요령과 판단 기준처럼 문서나 매뉴얼로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을 말한다. 이를 데이터로 만들어 AI에 학습시킨 뒤 경험이 부족한 작업자를 돕고, 향후 로봇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고령화와 숙련 인력 은퇴로 현장 기술이 사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조선·자동차 등 30개 과제를 선정해 각 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6억원씩 지원했다. 내년 예산은 2900억원으로 늘렸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 8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직접 설명할 만큼 역점 사업이다.
사업의 성패는 명장 참여에 달렸다. 산업부가 지난 4월 공고문에 ‘참여 인원 동기 부여와 명장 암묵지 제공 대가’ 명목의 연구 수당을 인건비의 20%로 산정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권고에 그치다 보니 지키지 않아도 제재나 불이익은 없다.
연구 수당 비율만으로 실제 보상 수준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컨소시엄마다 인건비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적게 편성하면 연구 수당 총액이 적더라도 인건비 대비 비율은 20%를 넘을 수 있다. 연구 수당이 명장 몫으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사업에 참여한 일반 인원도 기여도에 따라 나눠 받는다. A 컨소시엄은 연구 수당으로 594만원을 배정했는데, 명장 한 명이 이를 9개월간 전액 받는다고 가정해도 월평균 66만원에 그친다.
산업부는 데이터 제공 보상 방안을 묻는 전 의원의 서면질의에 “참여 컨소시엄에서 ‘노사 상생 이행확약서’를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확약서에는 명장의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 내용이 빠져 있다.
전 의원은 “평생 갈고 닦은 노하우가 AI에 헐값에 팔리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 일자리 감소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대전환에 대비해 데이터 주권과 정당한 보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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