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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9, 2026

“150일간 비효율적으로 살기” 퇴사한 아나운서의 남다른 도전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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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한 김채린씨.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한 김채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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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꿈꿔온 회사에 입사했지만…. 결국 퇴사하게 된 이유’, ‘퇴사 후 인생을 처음부터 개조합니다, 퇴사 후 150일 챌린지’, ‘더이상 애쓰며 살지 않기로 했다. 아나운서 퇴사 후 대충 살 결심’.

‘채린의 쓰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채린(25)씨가 지난 8월부터 올린 ‘퇴사’ 콘텐츠 제목이다. 채린씨는 스무살부터 꼬박 6년을 준비해 경제 전문 방송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됐지만 갑자기 퇴사했다. 오랫동안 꿈꿔온 경제 프로그램을 맡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채린씨는 그동안 해온 아나운서 구직을 하는 대신 ‘150일 동안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살아보기’를 실험하는 중이다. 당장은 어디에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영어 연기를 배우고, 결과를 미리 계산하지 않은 채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한다.

재테크, 취업, 뷰티, 영어 콘텐츠 등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정보를 전해온 현직 경제방송 아나운서의 ‘퇴사 콘텐츠’에 댓글 창 반응은 뜨거웠다. ‘진짜 멋있어요’ ‘색다르고 좋은 아이디어’ ‘응원합니다’ ‘부럽습니다’ ‘150일 동안 저도 도전해볼게요’ 등 많은 이들이 퇴사자를 부러워하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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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 채널 ‘삐끗’은 지난달 30일 “새로운 꿈을 찾으면 좋겠지만, 끝까지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김채린씨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꿈을 향해 달려온 채린씨의 ‘150일 동안 비효율적으로 살아보기’ 도전은 ‘갓생’의 압박 속에 살아가는 20·30세대에게 숨 쉴 틈을 제공하는 ‘쓰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 ‘채린의 쓰임’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린의 쓰임’ 영상 화면 갈무리

― ‘150일 동안 비효율적으로 살아보기’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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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으로 퇴사를 당하면서 생긴 용기인 것 같아요. 아나운서를 더 준비해서 다른 방송사 시험을 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또 다른 방송국에 입사한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제가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도 많이 느꼈고요.

제가 혼자서는 이 회사를 끊어낼 힘이 없고 미련이 있어서 못 끊어냈는데, 이제는 끊어낼 때가 왔다는 메시지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아나운서라는 꿈에 매몰돼 살아왔다 보니 당장 떠오르는 다른 꿈이 없더라고요. 새로운 꿈을 찾으면 좋겠지만, 끝까지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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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있나요?

“평소라면 ‘그렇게 하면 리스크가 있어’, ‘돈이 안 돼’, ‘효율이 떨어져’ 같은 이유로 하지 않았을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그냥 잊어버리고 무조건 도전해 보는 거죠.

예를 들면 영어 연기 배우기가 있어요. 영어 연기를 배워서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그걸 배워서 배우가 될 것도 아니고, 영어를 활용해 아나운서 시험을 다시 볼 것도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한번 배워보고 싶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번에는 실제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 오랫동안 꿈꿔온 일을 잃었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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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저한테 ‘너는 이거 굳이 안 해도 되잖아. 유튜브 하고 사업하면 되잖아. 그런데 왜 이거에 그렇게 집착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른 일로도 잘 먹고 사는데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없어진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오랫동안 가장 꿈꿔왔던 형태의 일이었고, 그걸 잃은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어요.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하면서 앞으로 더 발전해 갈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그리고 있었거든요. 다른 기회가 있고 다른 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왜 나는 자꾸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는 걸까’ 하는 아쉬움이 컸어요.”

― 퇴사 후에는 아침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됐다고요.

“맞아요. 예전에는 혹시 알람을 못 들을까 봐 아이패드에도 맞춰놓고, 컴퓨터에도 맞춰놓고 별별 방법을 다 썼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였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알람을 아예 안 맞춰놓고 오후 1시까지 잘 때도 있어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아침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편안해요.

물론 이렇게 지내다 보면 하루를 너무 늦게 시작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일부러 하루에 한 번씩은 밖에 나갈 약속을 만들어 놓으려고 해요. 오전 11시에 네일 아트 예약이라도 해두면 그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인터뷰하는 김채린씨.
인터뷰하는 김채린씨.

― 삶의 방향을 찾으려면 무엇부터 해봐야 할까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는 20·30세대도 많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집에서 혼자 아무런 일정 없이 앉아서 열심히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이어리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휴학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은 어쨌든 무언가에 도전해 봐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건 아니라는 걸 발견하려면 무언가를 해봐야 하거든요.

‘이건 비효율적이니까’, ‘저건 리스크가 있으니까’ 하면서 미래에 마이너스가 될 부분들을 모두 계산하다 보면 아무것도 도전하거나 실행에 옮길 수 없을 거예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리스크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먼저 실행에 옮겨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 이름도 ‘채린의 쓰임’이에요. 채린님이 생각하는 자신의 쓰임은 무엇인가요?

“저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단순히 감정적인 용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학원비뿐 아니라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도 찍어야 하고, 계속 비용이 나가는 것들이 부담스러웠어요. 저처럼 돈이 부족해서 꿈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장벽을 조금 낮춰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나는 아나운서가 됐어요’ 하고 성공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말 날것의 과정, 안 될 것 같았는데 결국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걸 통해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용기를 얻는 것도 제 채널의 쓰임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채린님에게 ‘잘 살고 있다’는 건 어떤 상태인가요?

“아침에 딱 일어났을 때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아봐야지’, ‘재밌겠다’ 하는 설렘이 드는 때가 있고, 반대로 ‘아, 저 둥근 해가 또 떴네’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가 제가 잘 살고 있는지 판단하는 척도인 것 같아요.

그냥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수단으로 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지금 이 상태 자체가 내가 가장 원하던 꿈이라서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에 따라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설레는 것도 많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에 도전할 용기가 있을 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가 삶의 불안과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새 채널 ‘삐끗’을 엽니다. 유튜버 김채린씨 인터뷰 영상은 ‘삐끗’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삐끗’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최수연 피디 tndus2792@hani.co.kr 최문정 피디 anna.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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