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도 원청교섭 제자리”…하청노동자 6500명 공동파업
공공운수노조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원청교섭을 위한 공동파업·공동투쟁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부산지하철·인천국제공항·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부문 하청노동자 6500여명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원청과의 교섭을 촉구하며 공동 파업에 나선다. 개정법 시행 7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한 공공부문에서조차 원청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파업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위한 공동파업·공동투쟁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22~23일 진행되는 공동파업에는 부산지하철·인천국제공항·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을 비롯해 민간 사업장인 LG유플러스까지 4개 사업장의 간접고용·하청노동자 6500명이 참여한다. 24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는 1만명이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연다.
이 가운데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노동자들로 구성된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는 지난달 2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들어가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원·하청 교섭의 모범 사례로 꼽으며 방문했던 곳이다.
지부는 오는 21일 비상총회를 거쳐 22일 파업에 돌입하고, 23일부터는 부산교통공사 소속 노동자들가 원·하청 공동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 3개 자회사 노동자 3800여 명이 속한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3일 경고파업에 나선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교섭의제를 산업안전으로 한정하면서도 노조의 핵심 요구인 연속 야간노동 근절과 4조2교대 도입은 산업안전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교대제 개편이) 산업안전 의제가 아니라서 교섭을 못 하고, 산업안전 의제에 해당하더라도 자회사 경영권이라서 교섭을 못 한다면 대체 원청교섭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70개 원청 가운데 실제 교섭이 진행된 곳은 18개 사업장으로 4분의 1에 그쳤다.
대다수 사업장이 원청의 교섭 불응과 이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교섭단위 분리, 교섭창구 단일화 등 복잡한 절차로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섭이 시작돼도 원청 상당수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산업안전 의제만 다루겠다거나, 노조가 요구하는 노동조건은 원청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하청 노동자들이 20년 넘게 ‘진짜 사장이 나와라’를 외치며 싸워서 만든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 7개월이 지난 지금 무력화되고 있다”며 “원청교섭은 사용자성 인정,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의제라는 세 겹의 벽에 가로막혀 있고, 그 벽 뒤에는 정부가 있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7개월간 민주노총 500여개 사업장의 하청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싸워 왔지만, 원청은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소송으로 교섭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며 “공공기관과 정부가 먼저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노조법 개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에 △공공부문 원청교섭 응낙 지침 마련 △교섭의제를 제한하는 노조법 해석지침 폐지 △원청교섭 창구단일화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공공부문에서조차 원청교섭이 난항을 겪는 만큼 정부가 제도 개선과 모범 사용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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