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고 불부터 질렀다니…‘콜하스 증후군’에 빠져 늙어가는 방화범들

최근 방화 범죄 발생 건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노년층이 범인으로 검거된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깊어지는 원한에 극단적인 형태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방화 범죄 검거 인원 중 60대 이상 피의자 비중은 2023년 18.9%(207명)에서 지난해 24.9%(224명)으로 6.0%포인트(p) 확대됐다.
방화 범죄 발생 건수는 2023년 1203건, 2024년 1015건, 2025년 927건으로 줄었다. 검거 인원도 2023년 1094명, 2024년 962명, 2025년 898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도 방화 발생 건수는 699건이고 검거 인원은 647명이었다. 그러나 60대 이상 방화범은 늘어난 것이다.
방화의 주요 동기로는 인간관계에 비롯된 갈등이 꼽힌다. 지난해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비율이 15.9%에 달했다. 그 뒤를 제3자 대상 분풀이(4.9%), 정신이상(7.6%), 부주의·과실(16.2%), 사회적 적대감(1.9%) 등이 이었다.
실제로 중·장년층이 방화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빌딩에 불을 지른 70대는 특허 출원 및 종이 등록증 발급 문제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7월에는 경북 경산시에서 70대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던 60대가 동업자와 다툰 뒤 불길을 당겼고, 지난해 5월에는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60대가 운행 중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방화를 저질러 승객들을 살해할 뻔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와 굳어진 사고방식 등이 고령층 방화범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왜곡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신체·정신적 고립이 장기화하자 다양한 범죄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커졌다”라며 “원한·불만을 폭력적이고 과도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콜하스 증후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콜하스 증후군은 독일 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 증상이다. 말 중개상인 주인공은 귀족에게 말 두 마리를 빼앗기자 사재를 털어서 군대를 결성하고 마을을 공격한다. 주인공은 도망치는 귀족을 뒤쫓으며 불을 지르고 하인들을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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