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폭력 가해자가 제멋대로 범행 미화한 책이 공공도서관에 버젓이…2차 가해 도서 사각지대
일러스트 | 챗GPT
성범죄 가해자가 자신의 범행을 미화한 책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돼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도서관은 문제 제기를 받고 해당 도서를 폐기하거나 이용 제한 조치를 했다. 2차 가해성 창작물의 도서관 비치를 사전에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대학교수 A씨가 과거 지도학생 B씨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범행을 미화한 소설·시집이 최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서울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이 비치됐다. B씨를 지원하는 단체가 파악한 도서관만 30여곳이다.
A씨는 성폭력 혐의로 소속 대학에서 해임됐고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출소한 이후 2023년 해당 저서를 출간했다. 책에는 B씨의 무고를 주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A씨는 B씨를 위증죄로 고소하며 해당 저서를 수사기관에 참고 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B씨의 위증 혐의는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개인 블로그와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올리며 2차 가해성 언행을 지속했다. A씨는 B씨와 그의 가족, B씨를 지원하는 단체 등에 출판 홍보물을 보내기도 했다.
A씨의 책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되면서 B씨는 2차 가해를 겪었다. B씨 지원단체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자신의 모습이 왜곡되면서 마치 딥페이크처럼 전혀 다른 사람이 돼 대중 앞에 전시된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일부 도서관들은 지난 8월 단체 측에서 도서 폐기 요청 공문을 받은 뒤 조치에 나섰다. 서울도서관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도서를 ‘완전 폐기’ 처분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법원 유죄 판결에도 범죄 사실을 무마하는 등 내용 자체에 거짓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다”라며 “피해자가 (위증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출판물 영구 보존 의무가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원칙적으로 제적(장서 목록 삭제) 및 폐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출·열람을 차단하는 ‘임시 이용 제한’ 조치 뒤, 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이용을 제한했다. 국회도서관도 도서를 검색 목록에서 제외하고 열람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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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출판물이 도서관을 통해 2차 가해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도서관 입장에서는 납본 과정에서 2차 가해 도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면서도 “가해자들이 사건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비하하는 도구로 출판물을 활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B씨 지원단체 관계자는 “(출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했으나,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소송 과정을 견디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혹독한 일”이라며 “2차 가해성 출판물이 도서관에 비치되는 문제의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유사한 내용의 입법 시도가 있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저작물에 대해 ‘도서관 이용 심의위원회’가 이용을 제한할 수 있게 하고, 국립중앙도서관장이 관련 범죄 정보를 공유받아 소장 저작물을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법 개정안과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2023년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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