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준수 ‘샤오펑’ 좁은 길선 불안 상황 대처 으뜸 ‘테슬라’ 안전 우려
프랑스 파리는 차량의 도심 주행이 까다로운 곳이다. 오래된 도시 곳곳은 공사 중이었고, 도로는 좁았다. 차선 없는 도로, 도시 여건에 맞춘 독특한 주행 구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좁은 도로에는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쉽게 뒤섞였다. 이런 곳이 미국 테슬라와 중국 샤오펑(Xpeng)의 자율주행 차량이 달릴 무대였다.
지난 12~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파리 엑스포)에서 열린 ‘파리모터쇼 2026’의 테슬라와 샤오펑의 자율주행 시승에 참여했다. 한마디로 테슬라는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함이, 샤오펑은 신호와 경로를 따르는 규칙이 돋보였다.
“준비됐어요?” 테슬라 시승차량의 감독관이 보조주행(TAD·유럽연합의 FAD 명칭) 기능을 켜며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작동을 알리는 ‘띠링’ 소리가 없었다면 차가 운전대를 넘겨받았는지 알아채기 어려웠을 만큼 전환이 자연스러웠다.
첫 시험대는 길 한가운데서 진행된 공사 현장이었다. 인부 한 명이 차가 지나가야 할 곳을 막고 울타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테슬라는 미리 속도를 부드럽게 낮춘 뒤 멈춰 섰다. 약 30초 뒤 인부가 인도로 올라서자 다시 출발했다. 별도의 신호·통제 없이도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기다리고 출발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대응은 부드러웠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할 때 전동킥보드가 갑자기 횡단보도를 건넜다. 보행신호는 빨간불이었고, 회전할 각이 90도를 넘어 전동킥보드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급제동을 예상했지만 차는 부드럽게 멈췄다. 동승자들은 차의 이같은 대처에 감탄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자유도가 오히려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로주행 규칙에서도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빅토르 위고길의 한 사거리는 정지선 바로 앞에 건널목과 보행신호가 있고, 주행신호등은 정지선보다 겨우 약 1.5m 전에 설치된 구조였다. 정지선에 서면 주행신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 운전자라면 보행신호를 살피고 주행 여부를 결정했을 테지만, 테슬라는 보행신호가 파란불인데도 그대로 나아갔다.
이에 비해 샤오펑의 자율주행은 ‘모범생’ 같은 인상을 줬다. 신호와 경로 등 규칙성이 두드러졌다.
차량 내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화면은 주변 상황을 3차원(D) 화면으로 보여줬는데, 신호등의 위치와 현재 신호, 속도 등이 분명하게 표시돼 있었고 차는 이 정보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할 때는 자전거 한 대가 오른쪽에서 주행 방향을 향해 달려왔다. 왕복 2차로로 도로 폭이 좁았다. 사람이 운전했다면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멈춰 자전거를 먼저 보낼 법했지만, 샤오펑은 ‘본인 신호’에 따라 주행을 이어갔다.
도로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은 구간에서는 주행이 더 불안했다. 프랑스 제3공화국(1870~1940년) 선포일에서 이름을 딴 ‘9월4일 거리’에는 가운데 화단을 두고 차량이 타원을 그리듯 오가는 직선 구간이 있었다. 길은 좁았고 차선은 없었다.
샤오펑 차량이 조향을 버벅대더니 곧바로 충돌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을 울렸다. 감독관은 재빨리 운전대에 손을 올렸다. 위험을 경고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안정감을 기대했던 탑승객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샤오펑 관계자는 시승 전 “중국처럼 차선이 분명하지 않아 자율주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독일 등에서 빠르게 자율주행을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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