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책방·50년 터줏대감 노포…떴으니, 서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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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벼락과 맞닿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지난 9일 찾은 동네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던 ‘책방오늘’(7월 폐업)이 있던 곳도, 박노해 작가 사진전이 열리던 문화공간 ‘라 카페 갤러리’(3월 폐업)가 있던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50년 가까이 동네를 지켰던 노포 ‘청하식당’(4월 폐업) 자리에는 한 러닝화 브랜드 매장이 문을 열 채비를 했다.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에서 건물주가 바뀌고 임대료가 오르며 기존 가게들이 사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도심 러닝 열풍 속에 건물주들 사이 소위 ‘뜨는 동네’로 재발견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전에도 한차례 내몰림 현상을 겪었던 서촌이 다시금 대형 자본 중심의 ‘2차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양상과 그 부작용에 주목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촌 지역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 상승률(1㎡당·전기 대비)은 올해 2분기 1.1%로 서울 평균(0.5%)과 서울 도심지역 평균(0.7%)에 견줘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만 해도 각각 -0.3%와 0.2%로, 서울과 도심지역 평균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촌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1년여 전부터 외부 부동산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ㄱ씨는 “강남 부동산들이 지금 있는 가게를 내보내면 월세를 두배로 받아주겠다면서 하루에도 여러번씩 건물주들한테 연락한다고 한다. 한강 작가 책방이 있던 건물도 매수자 쪽이 ‘책방을 내보내야 사겠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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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튜브 등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이후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을 언급하며 서촌을 ‘서울에서 가장 뜨는 동네’ 등으로 소개하는 건물 투자자 대상 영상이 여럿 올라 있다. 서촌 일대가 ‘러닝 성지’로 주목받으면서 대형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자리 잡는 것도 동네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한 이유로 짚인다. 실제 라 카페 갤러리와 청하식당이 있었던 200m 남짓 자하문로10길 일대에는 올해에만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살로몬 등 스포츠 매장이 문을 열었다.
서촌은 2010년대 중반에도 한차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당시 세탁소·미용실·슈퍼마켓 등이 사라진 자리에 소규모 식당·카페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대형 자본 중심의 2차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겪게 된 셈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온 김아무개씨는 “우리 집 빼고는 안 바뀐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 가게 건물주도 건물을 팔려고 내놨다. 주인이 바뀌면 세 든 사람들을 다 내보내려고 할 테니 꼼짝없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ㄴ씨도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면 당장 거리가 깨끗하고 밝아질 순 있겠지만, 이후 비싼 월세를 감당할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 신촌이나 가로수길처럼 공실이 생길 것”이라며 “이미 대로변을 넘어 골목 안쪽으로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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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차 젠트리피케이션을 견뎌냈던 원주민은 물론, 이후 들어와 서촌만의 특색을 만들어낸 작은 가게들마저 밀려나며 상권 전체가 획일화·황폐화할 우려를 전했다. 이기웅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대형 부동산 자본이 침투하면서 1차 젠트리파이어들도 밀려나는 양상으로 재젠트리피케이션이 전개되고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도 줄어든 상황에서 궁극적으로는 상권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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