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 기업 여유자금 늘어…고액 예금 960조원 역대 최대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은행에 맡긴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었다. 기업의 수출 대금 유입과 달러 예금도 늘어,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이 금융권에 쌓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예금은행 저축성 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예금은 960조1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가장 많다. 작년 말보다 91조6350억원(10.6%) 늘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38조7020억원(16.9%) 증가했다. 반기 기준 증가액도 역대 최대다.
고액 예금은 전체 저축성 예금의 50.6%를 차지했다. 2022년 6월 말 이후 4년 만에 다시 절반을 넘어섰다. 고액 예금 계좌 수는 10만2000좌로 작년 말보다 2000좌 늘었다. 한은은 고액 계좌 대부분이 법인 계좌로 추정되며, 기업 실적 개선이 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여유 자금 확대는 자금 순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2분기 비금융 법인 기업의 순자금 운용액은 67조1000억원으로, 1분기 20조8000억원에서 크게 늘어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기업이 금융 자산을 늘린 규모에서 차입 등 자금 조달액을 뺀 수치로, 기업의 자금 여력을 보여준다.
은행을 통한 수출 대금 유입도 증가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송금을 뜻하는 타발 송금의 5대 은행 취급액은 올해 1∼10월 6217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0.1% 늘었다. 기업이 수출 대금으로 받을 외화 채권을 은행에 넘기고 대금을 받는 매입 외화 취급액도 같은 기간 31.5% 증가했다.
기업 달러 예금은 10월 말 645억5000만달러(약 88조원)로 1년 새 44% 늘었다. 기업·개인을 포함한 전체 달러 예금 증가액 중 기업 몫이 89.3%였다. 수출로 들어온 달러를 바로 원화로 바꾸기보다 환전 시기를 조정하거나, 수입 대금과 해외 투자에 대비해 보유하는 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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