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물질 추정 보고에도 “공격 진압”···‘소방관 순직’ 부천 화재 무전 녹취록 공개
지난 19일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이 끝난 뒤 동료 소방관들이 영정과 위패를 들고 고인의 생전 근무지인 경기도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단
소방관 1명이 순직한 경기 부천 공장 화재 당시 현장에 인화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에도 현장 지휘부가 ‘공격적인 진압’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을 가동한 소방청은 무리한 현장 진압 지시가 있었는지 등 현장 대응 과정 전반을 조사 중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공개한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무전 녹취록’을 보면, 화재 초기 지휘를 맡은 부천소방서 소속 간부가 화재 신고 접수 6분 만인 지난 16일 오전 8시44분쯤 “건물 3∼4층에서 구름(연기) 발생. 공격 전술로 현장에 임하겠다”고 말하자, 상황실은 “발화 층은 3층”이라고 밝혔다. 화재 직전까지 공장 3층에서는 시너를 이용한 세척 작업 중이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 등으로 생긴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휘부 측이 공장의 위험물 취급 여부를 물었다. 이에 현장 대원은 8시47분쯤 “3층 작업자는 모두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한 데 이어 1분 뒤 “3층(은) 도장공장인데 내부에 인화물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알렸다.
하지만 지휘권을 이양받은 현장 지휘부는 인화물질이 있다는 보고가 있은 지 4분 만인 오전 8시52분쯤 “공격 전략으로 화재 진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4층과 옥상 문을 개방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오전 8시56분쯤 연소 확대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현장 지휘부가 공격 진압 방침을 재확인하고 17분이 지난 오전 9시9분쯤 대원 1명이 고립됐다는 무전이 올라왔다. 소방 당국은 곧장 대응 2단계로 격상하고 구조에 나섰다. 약 3분 후인 오전 9시12분쯤 고립자 2명 중 1명을 구조했다는 무전이 전해졌다. 이후 한동안 무전 보고가 없다가 오전 9시35분쯤 고립된 소방관을 구조한 현장 주변에서 고 김진석 소방위가 발견됐다. 김 소방위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사고 이후 현장 지휘부의 무리한 진압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잇따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민주노총)와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소방노조는 지난 20일 “고 김진석 소방위 순직 사고와 관련해 무리한 현장 진입 지시가 있었는지, 대원들의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소방청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소방본부 관계자, 국립소방연구원, 외부 전문가, 소방노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가동한 상태다. 합동조사단은 30일간 운영되며 최초 상황 대응부터 화재 진압·구조 활동에 이르는 현장 대응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화재는 지난 16일 오전 8시38분쯤 부천시 오정구 내동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발생해 2시간28분 만에 진화됐지만, 이 불로 김 소방위가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화재 발생 이튿날인 17일 진행된 현장 합동감식에서는 시너가 담긴 깡통 수십 개와 페인트통 수백 개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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