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는 사람들] 10대 의약품 중독, 20대 넘어섰다…ADHD 치료제는 4년새 2.5배 ‘폭증’
알약 이미지. 경향신문
두아의 엄마는 투사가 됐다. 이제 겨우 만 14세 중학생인 외동딸이 처방약, 약국약, 해외직구약을 가리지 않고 먹어대고 나서부터 엄마는 못 할 일도, 못 갈 곳도 없게 되었다.
두아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약을 여러 알 삼키기 시작하더니,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도 약을 그러모아 먹었다(③편 참조). 국회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엄마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정책 제안서를 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두아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위험요소가 있다. 먼저 병원이 약물 오남용 중인 청소년에게 또 약을 처방해줄 우려가 있다. 두아의 엄마는 청소년들이 약물 과복용 ‘오디’(OD·Overdose) 팁을 주고받는 대화방에 잠입했다. 이런 내용들이 예사로 오간다.
“이비인후과 같은 데도 (처방) 잘 받아주더라고요.”
“리XX 비대면은 걍 30일치 바로 줘요. 한 통이 30일치라.”
“와. 바로 갑니다.”
- OD 대화방 대화 갈무리
“클XXXX 하시는 분들, 무슨 병명으로 처방받아요?”
“정신과에서 불안 심하거나 공황장애 있다고”
“엄마 몰래 처방받기 가능할까요?”
“쌉가능.”
- OD 대화방 대화 갈무리
OD 대화방 내용을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병원에서 약을 못 구한다면 약국에 가면 그만이다. 창고형 약국은 ‘뷔페’로 통한다. 해외직구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의 약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업체 사이트 대문에는 ‘해외 약국 그대로, 현관 앞까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두아도 해외직구를 자주 했다.
“혹시 홍대에 코XXXX 파는 약국 아시는 데 있나요?”
“○○약국, □□약국이요.”
“감사합니다.”
- OD 대화방 대화 갈무리
“창고향 약국 가실?”
“오디러들만의 뷔페 그런 건가. 설렐 뻔했누.”
- OD 대화방 대화 갈무리 (※오디러: 오디(OD) 하는 사람)
“님들아, 레전드 인천 약국. ”새벽 1시까지 열고 창고형이라 걍 가져가서 결제하면 됨.“
“광진구에 오렌지 약국 블XX 팔아요. 재고 1개 남음. 아무나 가서 사세요.”
“와 블XX 구했다니 개부럽네요.”
“블XX 파는 곳 35군데 돌아서 드디어 찾음! 하나에 2000원밖에 안 하던데.”
- OD 대화방 대화 갈무리
OD 대화방 내용을 재구성한 AI 이미지
병원, 약국, 통관, 결제… 두아가 만난 모든 단계가 문제였다. 청소년들을 약물에서 구하려면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행정은 제각기 분절되어 있다. 두아의 엄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딸을 구해달라는 간청이었다.
10만명당 의약품 중독 진료, 10대가 20대 추월…ADHD 치료제 처방도 급증
10대 청소년 약물이 심각하다는 현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전진숙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인구수(10만명당)는 2021년 37.9명에서 2025년 51.0명까지 늘었다.
특히 2025년에는 이 수치가 20대를 역전했다. 2021~2024년에는 10만명당 중독 진료환자 수가 80대 미만 연령대 중 20대에서 가장 많았다. 2025년에는 10대가 전 연령대(80대 미만)에서 제일 높다.
연령대별 인구 10만명당 의약품 중독 환자 진료수. 전진숙 의원실 제공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도 같은 기간 급증했다. 전진숙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데이터를 보면 2021~2025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환자는 21.4%, 처방량은 82.5% 증가했다. 환자당 처방량도 50.3% 늘었다. 구체적 수치로는 2021년당 환자 1명당 처방량이 96.35개(정)에서 2025년 144.8개로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ADHD 치료제 처방량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ADHD 치료제는 처방 환자수와 처방량이 각각 146.3%, 145.4%로 2.5배 가까이 폭증했다. 마약류 약품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항불안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2021~2025년 환자수는 0.2% 증가했는데 처방량은 29.8% 늘었다. 환자당 처방량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를 쓰는 여성 청소년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5년 기준, 10대 남성 784명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동안 10대 여성은 5321명이 처방받았다. 전체 처방자에서 여성이 87.2%를 차지한다. 외모 관리를 위한 다이어트 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ADHD 치료제로 약물 중독에 입문한 미나의 엄마 여진(①편 및 ④편 참조)은 최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친한 지인 때문에도 걱정이 크다. 지인의 아들은 최근 대학 입시를 위해 ADHD 약을 이용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대학에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혹시나 모를 약물 오남용의 위험은 가볍게 덮는 것 같다고 했다.
ADHD 약은 검사 결과 진단이 나와야 처방받을 수 있지만, 자가진단식이라 처방을 받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다. 아들은 이미 친구들에게 ADHD 약을 받아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주위 친구들도, 심지어 선생님도 ADHD 약을 다들 먹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엄마의 정책제안서…“보호자가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국가 바란다”
“보호자가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국가를 바랍니다.
부모가 해외직구를 걱정해도 통관을 막기 어렵습니다.
자녀가 병원을 혼자 다녀와도 보호자가 즉시 알기 어렵습니다.
위험성이 있는 일반의약품을 여러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에서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를 발견해 신고해도 최종적인 차단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물 문제로 치료를 받거나 법적 절차를 경험한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퇴원 후 다시 온라인 환경과 기존 관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청소년이 다시 위험한 약물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보호할 수 있고,
국가가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으며,
온라인 접근을 차단할 수 있고,
치료와 회복까지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두아 엄마의 정책 제안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전진숙 의원실은 △청소년 약물 오남용 위험이 발견되면 진료 및 처방 단계에서 보호자에게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청소년 오남용 위험이 있는 의약품을 등급별로 관리하고 △통관 및 온라인 구매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포리아, 해리감, 몽롱함, 환각. 10대 ‘오디러’들이 찾아 헤매는 감각이다. 청소년들이 중독의 영토로 달아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도망치지 않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전진숙 의원은 “부모가 위험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국가의 보호가 시작돼야 한다”며 “기관마다 부모가 다시 설명하고 신청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공동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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